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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Oct 28. 2016

평생을 네 안에 살아, 갈 수 있을까.

8월의 수요일 : 꿈



08.03.


꿈. 꿈. 꿈.


꿈 하면 떠오르는 것. 어젯밤에 꾸었거나, 한 평생 꾸는 것.


문득 '꿈을 갖는다'는 것은 '꿈을 꾼다'는 행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느 세상에 '존재' 하느냐의 문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속에 있거나, 꿈 밖에 있거나. 꿈속에선 현실인 것들이 꿈 밖에 있는 순간 허상이 되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러한 이유로 우리가 현실에서 꿈을 꾸고 이루는 것이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차라리 지금 이 현실이 꿈 속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독한 현실이라도 이뤄질 꿈을 가질 수 있고, 지독한 현실이라도 깨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지금 여기가 꿈이라.




08.10.


살다 보면 내가 막을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나.

그런 일들은 누구의 탓도 아니란다.
그건 그냥 일어난 일일 뿐.
지나가는 일일 뿐.
아무것도 아니란다.
아무 힘도 없는 것들이란다.

- 이진이, '어른인 척' 중


아무리 달래 보아도 안 괜찮은 날도 있다. 누군가 이게 다 꿈이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08.17.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당신보다 더 영리하고
당신보다 더 날씬하고
당신보다 더 멋있고
당신보다 더 빠르고
당신보다 더 강한 사람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당신보다 더 성공적이고
당신보다 더 창조적이고
당신보다 더 나은 부모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당신보다 더 좋은 친구이고
당신보다 더 교육받은 사람이고
모든 면에서 당신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나는 이 길을
당신과 나란히 걸어가기를 원한다.
당신이라는 존재에 경이로워하고
당신의 재능에 놀라워하면서
사랑과 빛 속에서만
당신을 바라보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비치는
당신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
그리고 당신 또한 나를
같은 눈으로 바라보기를 나는 바란다.
왜냐하면 나는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니까.
전에 나는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야 당신이 나를 사랑할 것이라고.

나는 이제 당신보다 더 빛나려 하는 옷을
문 앞에 벗어 놓는다.
그것은 나 스스로 만든
불필요하고 무거운 짐이었다.
당신은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여전히 사랑해주겠는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안다.
당신이 그렇게 하리라는 것을.

- 케이티 스티븐슨 워스

모든 인간관계에서 가장 나쁜 것은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되려고 하는 것이다. 친구 관계에서, 부부 사이에서,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우월하고, 영리하고, 더 잘났다고 주장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우리는 모두가 조금씩 약하고 조금씩 강한 존재이다. 함께 성장하고, 조금은 바보가 되고, 같이 세상을 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부족함은 우리 자신을 보게 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나는 이 시가 매우 좋은 결혼 축시라고 생각한다. 결혼하는 신랑과 신부가 이 시를 함께 낭송하기를 바란다. 나란히 길을 걷고, 함께 웃고, 서로가 서로에게 이정표가 되어 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존재 그 자체에 놀라워하고 경이로워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어느 한쪽은 날아오르고 다른 한쪽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바위가 되어선 안된다.

인도 출신의 예수회 신부 앤소니 드 멜로가 말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 삶을 사는 것, 그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남에게 살도록 요구하는 것, 그것이 이기적인 것이다."

이 시는 하와이 출신의 섬유 예술가인 케이티 스티븐슨 워스가 한 명상 캠프에 참가한 후에 쓴 것이다.

- 페이스북 '류시화' 중


나란히 걷는 게 당연하던 어린 시절.

나란히 걷는 게 꿈만 같아진 지금.


어른의 시간은 늘어가는데, 어째 잃어가는 것이 더 많다.


스물 하나에 만난 우리가 어느새 카페에서 낮맥을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사이에 생각지 못했던 것들 중 몇 가지는 현실이 되었고, 의심의 여지를 갖지 았았던 우리 사이는 다행히도 여전하다. 분명 우리는 오늘도 변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존재로 곁을 지키고 있다.

서로의 위태로움을 인지하고 곁에 있겠다는 말이 흔한 세상이다. 그 헛된 말들 가운데 타인에게 받았던 상처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고 있는 나에게 내 잘못이 아니라는 네 말이 귓가에 오래 맴돌았다. 그런 네 모습을 떠올리며 홀로 돌아가는 길, 내 앞에서 힘이 되고자 애썼을 네 마음이 떠올라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도 언젠가 네가 내게 가졌던 고마움이라며 고백했던 것처럼 나 역시 오늘 그런 마음이었음을 알아주리라 믿는다.

세상은 언제나 꿈이라 하지만, 아직 내게 꿈만은 아닌 것들이 있다. 많은 이들이 당연하다 말했던 뻔한 인생의 장면들이 나의 것이 되지 않길 바라고 있고, 그렇지 않은 삶을 지켜내기 위한 순간을 살고자 (가끔 벅차고, 가끔 다 놓아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살다 보니 그들의 말처럼 나의 인생에도 몇 개의 뻔한 장면들이 생겼다. 아프지만 그렇다고 그리 쉽게 뻔해지는 인생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을 수도 없다. 혼자의 힘으로 불가능한 것들이 많지만, 가능한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고 믿을 수 있는 만큼 믿어서 꿈같은 현실에서 살고 싶다.

이 깊고 복잡한 나의 고민 앞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던 네 얼굴이 눈에 선하다. 꿈같더라도 뻔하지 않은 것들이 살아 있는 세상에 함께 하겠다는 네 말을 가슴 깊이 담았다.

미안하고 고맙고 오래 함께할게.

- 내 마음 깊은 곳을 바라볼 줄 아는 널 만나고 나서.


내 바람이 실로 허황된 꿈이 아니었나란 생각에 사로잡혔다.
삶은 내가 원하는 것과 늘 다른 식의 선택을 요구했다.

- 백영옥, '빨간 머리 앤이 하는 말' 중에서


꿈결에 흔들리는 갈대 마냥.




08.24.


잠들기 전에 생각하고 자면, 꿈에 나온다더니. 네 얼굴은 보이지도 않네.

오늘 밤에는 내가 꿈을 꿀 테니, 꿈에 와서 말도 걸어주고, 웃어도 주고, 오래오래 있다가 가면 좋겠다.


그러면 내일은 왠지 괜찮을 것 같아.




08.31.


거창하고 큰 꿈을 이야기하기보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하루를 꿈꾸는 나이가 되어간다는 것.

-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중 요시코의 말


사소한 듯 전혀 그렇지 않은 꿈.

깨어있는 모든 순간에 잊지 않기 위해,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되뇌고 붙잡아두어야 하는 것.




+ 09.09.


내게도 꿈이라는 것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끄는 그 절실함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중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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