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금요일 : 비
비가 오는 날엔 나를 찾아와
밤을 새워 괴롭히다
비가 그쳐 가면 너도 따라서
서서히 조금씩 그쳐가겠지
- 비스트, '비가 오는 날엔' 中
날이 덥다. 그래서 '비'를 주제로 한 노래를 몰아서 들었다.
8월이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글을 쓰며 이 날이 가졌던 옛 의미가 떠올랐다. 머릿속에는 그와 관련된 여러 장면들이 떠올랐으나,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남겨둘 생각이다.
"비라도 내리면 좋겠다."
사람들 가운데 있을 때에도, 혼자 길을 걸을 때에도 "비라도 내리면 좋겠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같이 있지만 혼자 있는 것 같고, 혼자 걸어서 혼자인 순간들이었다.
비라도 내려서 나의 굳어진 마음에도 무더운 날씨에 바싹 말라 가는 나무에게도 그게 좋을 것 같았다.
한 물방울이 강이 되어
바다로 가는 길을 본다.
- 박노해, 페이스북 '박노해의 걷는 독서'
빗소리 들으며 들쑥날쑥했던 마음을 고르게 하기.
그러고 싶다.
비가 내릴 때면 우산이 없고, 우산이 있을 때에는 비가 멈춘다.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