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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Nov 15. 2016

홀로 있게 내버려 두지 않을게요.

9월의 월요일 : 고민



09.05.


우리는 왜 같은 고민을 따로 하며 외로워하는 것일까. '괜찮다. 괜찮다.'하면서 가슴속에 눌러두었던 것들을 쏟아낸 밤이 지나고 몸이 아팠다.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어서, 내가 바라본 곳에 자리해주고 있어서 고맙다는 말에 그는 자신이 겼었던 힘든 일들을 내가 경험하지 않길, 동일한 이유로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일 거란 생각에 정신이 없었던 그 언젠가의 밤은 오늘의 밤이 되어 이어지고 있었다. 그날의 눈빛처럼, 먼 곳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나를 다독이고 있었다.

'너 두고 어디 안 간다'는 그의 말에, '우울해하거나 속상해하지 말고 그 시간에 하늘 한 번 더 바라봐'라는 말에 마음의 고개를 끄덕이다 잠들었다. 그렇게 또다시 그는 나를 깨웠다. 감당하는 하루가 아닌 하루는 어떻게 해야 가능한 걸까.

- 9월 5일, 먼 곳에서 살고 있는 그와의 통화 이후


'잘 지내고 있냐'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아직은 괜찮은 거야'라고 스스로를 향한 다독임으로 지내온 날들이었다. 버거운 일이든 사람이든 겨우 감당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쳐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손 끝에 걸려있는 마지막 것들까지도 모두 다 놓아버리게 될까 봐, 누구에게도 그 말을 하지 못한 날들이기도 했다.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 역시 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을 테니, 나까지 걱정거리가 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나의 '잘 지내고 있다'라는 말 너머에 남겨진 마음을 알고 있었다.


한참의 통화가 끝나갈 무렵 그는 내게 혼자서 여행을 떠나보라고 했다. 그리고 난 '그래, 여행을 떠나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동시에 겁이 났다. '떠나간 곳에서 바라본 남겨진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 모습을 보고 나서도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09.12.


익숙함에 대한 경계.


익숙해지면서 동시에 무뎌진다. 익숙하다는 것을 이유로 쉽게 눈을 감는다. 무섭고 두렵다.




09.19.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잘 해내야 한다. 불확실한 것들 가운데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하고 최선의 선택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 혹은 의지. 그것으로 버티고 그것에 치이는 날. 고독한 발걸음을 묵묵히 내딛는(내딛을) 나이지만, 그것을 모두가 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랬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말을 걸어준 당신에게 고마웠어요.




09.26.


퇴근 후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을 이야기했다. 내 말의 꼬리를 꼬리가 물며 주변을 배회하는데, 그는 나를 너무 잘 알아서 정곡을 찔렀다.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그의 질문에 혼자 부정하려 애쓰던 '흔들리는 나'를 마주한다.


순간의 설렘이 가슴에서 머릿속에 이르기까지는 좋은데, 시간이 흐르고 나면 서글프고 초라하며, 씁쓸하다 공허하기까지 한 온갖 축축한 감정이 마르지 않은 채로 더 오래간다.




+ 11.14.


고민은 지극히 개인의 몫이라 여기지만, 사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민이 깊어지다 못해 돌아올 길을 잃을 듯한 때에도, 자연스러운 고독이 짙은 외로움이 되어 힘겨울 때에도 곁에 있어주어 고마웠어요. 생각으로 인한 자유로움과 구속 사이를 방황하는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이 언제나 고마웠어요.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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