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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Nov 15. 2016

본척만척

9월의 화요일 : 감정



09.06.


무책임한 사람한테 화가 났다. 내 기준의 평균은 아니다. 내 기준엔 그렇고 그의 기준에선 그러한 행동이 평균일 테니, 우린 다른 세상에 살면 된다. 그래도 화가 났다. 각자의 관점 차이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둠이 내린 밤,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공원을 배회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라는 혼잣말을 한참이고 반복하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렸다. 감정적이다. 숱한 감정의 변화도 미세하게 느끼며 글로 표현하고 싶은 게 로망이나 감정에 흔들리다 못해 휘둘리게 될 때면 어떤 단어로도 그를 표현하지 못하고, 그것이 더한 고통이 되곤 한다. 사무실로 되돌아가는 길, 메시지가 왔다. '기다리다가..'라는 동료의 메시지에, 나 역시 내 감정을 우선하느라 타인을 생각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미안했다. 길이 참 길다.




09.13.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감정이나 편지는 다락에 넣어 두는 게 아니야. 무조건 표현하고 전달해야 해."

- 김중혁, '나는 농담이다' 中


도망을 간다. 가까워질수록 쉽게 기대하고 실망하니까. 도망 가려는 길목에 선다. 발걸음을 떼지 않은 채로 뒤를 돌아본다. 한참을 망설인다. 발걸음을 뗀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렇게 걷다 얼마 못가 다시 뒤를 돌아본다. 문득 시선을 멀리하고 나서야 보이는 틈 사이에 있는 네가 생각난다. 그 정도인 거다.




09.20.


때로는 내가 로봇이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쉼 없이 타는 게 어지러워서 못 견디겠다 싶을 때에 그렇다. 로봇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일일 테니까. 분명 일반적인 롤러코스터에는 기승전결이 있을 텐데, 내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절정에 다다른 뒤에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돌기만 한다. 한참을 돌고 돌다가 '이제는 괜찮다'하고 느낄 쯤에는 이미 또 다른 롤러코스터에 몸이 실려 있다.


왜 좋을 때는 좋기만 하고 안 좋을 때에는 안 좋기만 할까. 분명 롤러코스터는 오르락, 내리락하는 열차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순간 그 이후의 반전을 예감하지 못하는 걸까.




09.27.


본척만척.

아슬아슬.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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