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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Dec 15. 2016

고개 들어 올려다본 하늘과 나 사이

10월의 금요일 : 보호하다


10.07.


1.

당장이라도 내가 죽는다면 그렇게 슬퍼하지는 마
기절한 듯이 꼭 눈을 감고 장난친 거라 생각해

지금이라도 기회가 있다면 사랑한다 또 말할 거야
넌 귀엽단듯이 씩 한번 웃고 지나쳐버리겠지만

항상 얘기해줘 나에게
진심 어린 눈으로
사랑이 죽지 않게

항상 보호해줘 날 영원히
감싸 안아줘 네 두 손 모두 나를 붙잡아 주겠니
언제나, 영원히

- 옥상달빛, '보호해줘' 가사 中


2. 

마치 다트판이 된 것 같은 느낌의 미팅을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권력의 정도와 돈의 관계, 그 최전선에 서고 나서야 그동안 온실 속 화초처럼 일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돌아와 마주한 사람들의 다독거림을 느끼며, 마음 곳곳에 꽂혀있던 다트를 하나씩 거두었다.




10.14.


네 눈빛이 아른거리고, 네 목소리가 듣고 싶고, 네 손짓이 그립겠지만.

따뜻한 햇살 같고, 든든한 울타리 같던 네 안에서의 시간을 이제 그만두려 해.


네가 내 옆에 있는데도 네 눈빛이 아른거리고, 네 목소리가 듣고 싶고, 네 손짓이 그리워지기만 하는 걸 보면.

지금이 우리의 시계를 멈춰야 하는 적당한 시점인 거야.




10.21.

 

우리는 모두 혼자 살면서도 그 자체를 슬픔의 이유로 삼기도 한다. 머리로는 당연한 사실임에도 이유 없이 아픈 가슴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힘겹다고 느꼈던 순간마다 '혼자'라는 단어가 더 가까이에, 더 빨리 나타났다. 그래서 '원래 혼자인 거야', '혼자서도 잘 해야 해',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라는 마음속 문장들을 되새겼다. 마음의 다짐 때문이었을까? 혼자서도 괜찮은 날들이 늘어갔다. 또 한편으로는 혼자 있지 않은 순간에도 혼자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문을 꽁꽁 닫기도 했다. 문을 닫아 바람이 들이치지 않는다고 쌀쌀하지 않은 게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막상 혼자라고 생각하며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니, 혼자였던 순간은 실제로 많지 않았다. 주변에 누군가 한 사람 정도는 곁에 있었고, 심지어 알게 모르게 그 사람의 품 안에 있기도 했다. 각각의 순간과 따뜻한 품이 되어준 사람들의 얼굴이 눈 앞에 둥둥 떠다닌다. 고맙고 미안하고, 고맙다.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10.28


기대지 말자.

따뜻했던 품의 온도가 그립다는 이유로,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가지 말자.


약해지지 말자.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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