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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Dec 22. 2016

걷다 보면 결국 괜찮아지더라

11월의 월요일 : 발걸음



11.07.


비가 내리는 저녁, 너에게 갔다. 하루 종일 아무렇지 않은 척 꽁꽁 감싸 둔 마음을 그제야 풀어놓고, 쉬다가 다시 돌아간다. 이번 한 주도 무척 바쁘고 힘겹게 지나가겠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다.

 



11.14.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발걸음을 뗀다. 말을 하지 않고, 보지 않는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변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도 남겨두지 않은 마음이 되고 나서야, 문을 닫는다. 



 

11.21.


누구에게나 웅크려야만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견디고 버티자. 터널에 끝이 있듯 힘든 시간도 끝이 있게 마련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면서 견디다 보면 분명히 좋은 날이 온다.

- 유은정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中


길바닥이 자꾸만 질척거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뜻하게 걷자.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




11.28.

 

1.

지인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로 떠났다. 그동안 힘들어했던 모든 기억을 잊기를 바란다. 이 현실이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모든 망각을 위해서 나의 존재까지 잊어야 한다고 해도 그리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아스라하다.
나는 상처난 시간을 믿기로 한다.

- 고광헌 시집 「시간은 무겁다」 '시인의 말' 중에서 


2.

나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래야 하므로,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상처난 시간이 머물다 간 자리가 아리다. 그러니 상처난 시간을 믿자. 마음을 먹는다. 부정하고 회피하지 말고, 아플 땐 제대로 아프고 말자. 말자. 그러고 말자.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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