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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Jan 16. 2017

숨 쉬기

11월의 수요일 : 변화



11.02.


변하지 않는 것을 좋다고 할 수 있을까?


비로소 변화할 때에만 느낄 수 있는 두근거림전히 즐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의 핑계를 '나이'에게 몽땅 넘겨둘 수 있을까.


그의 사소한 변화에도 종종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11.09.


생각해보니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내가 교복을 입고 학교를 수업이 오가던 길이었다. 오늘 아침 교복을 입고 학교를 가는 학생들 곁을 지나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스무 살은 어른이라며 멀게만 느껴졌던 스무 살의 지난날들은 엊그제처럼 빠르게 지나갔고, 그 사이 나는 새내기였다가 졸업을 앞둔 대선배였다가 무거운 청춘이란 단어의 주인공으로 변해가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러던 중 오늘 주변을 둘러보다 이 길을 발견하니, 변하지 않은 그 모습이 참 고맙다.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가운데 있는 내게 추억을 그리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니까 말이다.

오늘도 나는 그리고 우리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들 가운데 있다. 둘 중 어느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이기에, 때로는 변하기 위한 용기를 때로는 변하지 않고 지켜내야 할 신념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바쁜 일상 와중에도 이런 우리 자신을 떠올릴 수 있도록 서로에게 변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 2014년 9월의 어느 날.


분명 우리는 오늘도 변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존재로 곁을 지키고 있다.

- 2016년 7월의 어느 날.


쉴새 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변하지 않은 존재로 남아 있다는 것이 주는 벅찬 감정.




11. 16.


사람 쉽게 안 변한다고 하면서도, 참 쉽게 변한다.

그동안 'no'라고 답해온 세월이 무색하게.




11.23.


바람이 차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밤. 달빛이 가까이에 있는 것 같은 밤.

힘들고 지칠 때가 있었던 것까지는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여기에서 있어서 가장 좋은 이유는 분명하게 '우리' 때문임을 고백해요.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은 마음 깊은 사람을 만나, 무척이나 든든하고 즐거웠고 따뜻했어요. 지금 한 명, 한 명을 떠올릴 때마다 울렁이는 마음은 술 때문일까요, 무엇 때문일까요.

...(생략)...
 
- 2016년 11월의 어느 날.


함께 변화를 마주했고, 걸어왔고... 서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뜨겁진 않았지만 언제나 온기가 되어주어 고마웠어요.




11.30.


숨이 차다.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숨 쉬는 것과 같이.

그의 눈빛, 행동, 말투 하나에도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마셨다가, 오락가락한다.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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