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화요일 : 말
그의 지나가는 말을 일일이 주워 담는다.
설렘도 좋고, 떨림도 좋고, 다 좋은데.
이미 지나간 말이라서 그런 건지, 주워 담은 말이라 그런 건지,
꿈속 이야기인 듯이 별 의미 없이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
한 해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한 사람과의 마지막도 다가온다.
이내 곧 사라질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몰래 사진을 찍으며 달랬던 아쉬움을 떠올릴 때마다 울컥한다. '난 자리에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는 말을 되뇌며, 다가올 마지막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며, '괜찮다. 괜찮다'라고 몇 번씩이고 말하면서, 괜찮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난 너를 의심한다'고 상대에게 말하는 것은 '난 너를 믿는다'고 고백하는 거나 마찬가지일지도 몰라.
- 요시다 슈이치, <분노> 中
말에 담긴 마음을 헤아리다가 잠드는 날들.
어떤 말도 없는 날에는, 마음도 없었으면 좋겠다.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하루를 나는 날들도 있었으면 좋겠다.
건조하고 싶다.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