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냥 Mar 02. 2017

마음 여행

12월의 수요일 : 고마움



12.07.


제 가슴의 울창한 숲 그늘
사람들에게 다 나눠주고
살진 암소가 끄는 쟁깃날 되어
오래도록 밭 일구는 사람!


돌멩이며 나무뿌리며 골라내다 보면, 지치기도 하지 퇴비며 인분이며 집어넣다 보면, 피곤도 하고…… 땀 흘린 만큼, 밭두둑 옆댕이, 옹달샘이라도 퐁퐁퐁 솟아나면 좋으련만, 눈물 흘린 만큼, 산비탈에라도 걸터앉아, 막걸리 한잔 쭈욱 들이키면 좋으련만!


발목 자꾸 어루만지는 흙더미
고르고 골라 이랑을 만들고
오직 정성스러운 마음 하나로
오래도록 여기 씨 뿌리는 사람!

- 이은봉, '씨 뿌리는 사람 - J·J·H'


고르고 골라 이랑을 만들고.

그러는 사람.




12.14.


A : 그리고... 정말 많이 감사해요. 오늘 꼭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B: 나도 고마웠어요. 좋은 기억만 가져가요. 누가 뭐라고 한들,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어요. 지나간 시간은 내가 무엇에 더 큰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좋은 기억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니까. 부디 좋은 방향으로 향하는 의미들을 찾아서 오래 남겨두길 바랄게요. 마음 아프기도 했지만, 위로가 되고 싶었어요. 

- 누군가와의 마지막 밤에.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적절한 순간에 놓치지 말고, 감추지 말고, 잊지 말고 표현할 것.




12.21.


언제나 아침마다 웃으며 반겨주어 고마워요.


그 몰래 쌓고 쌓아둔 고마움을 전하기로 했다.


결국 사람이 머무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며,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라고. - 이병률

... 개인적으로 힘들 때, 혹은 그렇지 않을 때에도 당신과 인사하며 얘기하며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날들이 많았어요... 쉼이 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는 좋은 인연으로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느끼는 든든함을 나 역시 느끼고 있고 난 언제나 마음으로 당신을 응원하고 있으니, 언제라도 제 마음을 담은 이 엽서가 따뜻한 에너지가 되어주길 바라요.

-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날 향해 손짓하는 이에게.


서로의 존재를 든든함이라 믿고, 한마디 말조차 나누지 못하는 날들에도 함께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그 긴 시간을 짧게 느낄 만큼, 시간을 흘려보내 왔다... 어쩌다 끈적이는 정을 붙여놓고, 그 이유 하나로도 만족이라 부를 수 있게 된 것일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엽서를 썼다.


난 사람의 마음을 여행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루도 좋지 않을 날이 없다.




12. 28.


고마워요.

다행이었어요, 정말로.


일이건 돈이건 뭐건 어쨌든 우리가 함께한 날들을 마음에 깊이 담아요. 겉으로 내색하지 못했고, 내색할 수 없었던 뜨뜻한 마음의 존재를 우리 서로는 이미 알고 있어왔다고 생각해요. 만약 어쩌다 당신은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그래 왔다는 것 하나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고맙고 서운했고 미안했고 감동했고 든든했고, 의지했고, 지금도 무던히 좋아해요.


고마워요. 당신의 힘듦 가운데에서도 나를 봐주어서. 고마워요. 곁에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어서. 고마워요. 당신의 아낌 가운데 즐거운 날들을 마주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지금 여기 없는 순간까지도 함께 걸어줘서. 고마워요.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어서. 고맙고, 또 고마워요.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