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목요일 : 촛불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을 바라보는 것이 왜 그리 슬펐던 걸까.
마음의 촛불을 켰다.
그래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후' 하고 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연기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모두 다 태우고 함께 사라질 것.
정신의 아픔은 육체의 아픔에 비해 잘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정신은 병들어 있으면서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신의 아픔, 그것만 해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병들어 있음을 아는 것은, 치유가 아니라 할지라도 치유의 첫 단계일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픔만을 강조하게 되면, 그 아픔을 가져오게 한 것들을 은폐하거나 신비화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진실은 우리가 지금 [아프다]는 사실이다.
- 이성복,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中
우린 지금 아프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곽재구, '사평역에서'
많은 이들이 촛불을 들었다. 길을 나섰다. 어두운 밤을 함께 걸었다.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