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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Mar 05. 2017

뜻대로 울어보기

12월의 금요일 : 눈물



12.02.


억울하고 속상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던 날.
"사실은,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나는 어른답게 무사히 눈물을 참아냈다.
그렇게 '조금만 참다가 화장실 가서 울어야지'하며
휴지를 들고 들어갔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분명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눈물 참느라 콧물을 다섯 번은 먹었는데...
눈물들이 다 어디로 갔지?
이제 내 맘대로 울지도 못하나?
왜 내 감정에조차 솔직하지 못한 채 살아야 하지?

좋아도 싫은 척
싫어도 좋은 척
힘들어도 여유 있는 척
나를 외면서 사는 게 어른의 삶인 건가?
이런 게 어른이라면 난 어른 스킬 따위 배우지 않겠어.

- 니나킴, '사라지고 싶은 날' 中 '어른 스킬 Ⅱ'


말도 안 되는 일을 핑계로 삼아 짜증을 내다가 눈물이 났다. 핑계를 대며 겨우 울었다. 몇 방울 흘리지 않았더라도 내심 다행이다 싶었다. 울고 싶어도 잘 나지 않는 눈물 탓을 잠시나마 그만 할 수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12.09.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밤의 꿈같은 것
그냥 인정해 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몸짓

찬란한 의미를 걸어 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 손을 놓아야 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봄밤의 꽃잎이 흩날리듯
사랑이 아직도 눈앞에 있는데
네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을 맞고 서 있거라
별 수 없단다

소나기처럼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삼일쯤 밥을 삼킬 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베어 나오겠지
세상의 모든 거리, 세상의 모든 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네가 걸어 나올 수가 있단다


시간의 힘을 빌리고 나면
사랑한 날의, 이별한 날의 풍경만 떠오르겠지
사람은 그립지 않고
그날의 하늘과 그날의 공기, 그날의 꽃향기만
니 가슴에 남을 거야

그러니 사랑한 만큼 남김없이 아파해라
그게 사랑에 대한 예의란다
비겁하게 피하지 마라
사랑했음에 변명을 만들지 마라
그냥 한 시절이 가고, 너는 또 한 시절을 맞을 뿐

사랑했음에 순수했으니
너는 아름답고 너는 자랑스럽다

- 서영아, '딸에게 미리 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식' 中


좀 외로워도 괜찮다.
집단에 휘둘리고 타인에 끌려가는 삶을 사는 것보다는 혼자가 되는 편이 낫다.
그렇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 와다 히데키, '혼자 행복해지는 연습' 中


홀로, 혼자서

나를, 스스로를

달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




12.16.


처음으로 울었다. 눈물을 드러낼 수 있을 만큼 마음을 열었던 걸까, 아니면 난 정말 괜찮다면서 억지로 슬픔을 참고 있었던 걸까, 서글픈 마음이 울컥하고 터져 나왔다.

아쉬움에 몰래 사진을 찍었다. 몰래 사진을 찍던 그 순간에 꾹꾹 감정을 누르며 담담한 척했던 내가 떠올랐다.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괜찮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 12.12. 늦은 밤의 카페에서


"나 원래 누구든 헤어질 때마다 그랬어..."

- 12.16. 오후의 카페에서


차올랐다가 다시 잠잠하다가, 또다시 차올랐다가. 눈물을 머금고 다닌다.

날이 좋은 날에 펑펑 울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12.23.


슬플 때는 마음껏 슬퍼하게. 고통이나 슬픔을 피하려고 하니까 운신의 폭이 좁아져서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걸세. 이렇게 생각해보게. 우리는 남을 신뢰할 수 있네. 의심할 수도 있지. 또한 우리는 타인을 친구로 생각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네. 믿을 것인가, 의심할 것인가. 선택은 명백하지 않은가.

- 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미움받을 용기' 中 


마음껏 슬퍼하는 일도, 믿는 일도, 의심하는 일도, 선택이 명백하여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12.30.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 내서는 안 된다.

- 윤동주, '병원' 中


바람은 언제나 당신 등 뒤에서 불고, 당신의 얼굴에는 항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길...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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