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냥 May 03. 2017

별일이 아니라는 건 별일이 있는 거네.

2월의 화요일 : 지치다



02.07.


별일이 아니라는 건 별일이 있는 거네. 무슨 일이야.

- '다 잘될 거야'란 쪽지를 전해준 당신의 보살핌.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 게 별일이다. 젠장.

- 노희경, '그들이 사는 세상'


힘들고, 화나고, 억울하고, 밉고, 외롭다. 별일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일이나, 별일이다.




02.14.


내게도 나름의 신념이 있고 그것을 지키고자 이를 악 물었던 악착같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순수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시점 위의 어느 순간부터 조금, 비겁해졌다.

세상은 거칠고 그것으로부터 천진난만함을 지켜내기란 쉽지가 않다. 세상은 우리가 성숙한 가면을 쓰기를, 빛바랜 채 하나의 통일된 색깔을 가진 인류의 일원이 되기를 끊임없이 강요했고 그 무언의 강요가 오랜 역사의 내장기관에 관념이라는 치명적인 암세포가 되어 잠입한다. 그리고 하나의 실재가 되어 살아 숨 쉰다. 서서히 내면의 천진난만함을 갉아먹으며 우리를 은밀하게 살인한다. 마치 작은 생활습관 하나가 만들어내는 몸속의 작은 종양처럼. 그리고 그로 인한 때 이른 죽음처럼. 천천히, 하지만 강렬하게 그 크기를 키워 우리의 영혼을 잠식한다. 그렇게 관념에 지배된 채 인류는 광채를 읽은 채 죽어간다.

지배당하느냐 지켜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김지훈, '당신의 마음을 안아줄게요'


꿈을 꾸자. 내 등에는 날개가 있고, 난 밤하늘 한가운데 떠있다. 별들 사이를 유영하며, 깊고 깊은 꿈을 꾸자.


지치지도, 지지도 말자. 쉽게 놓아버리지도 말자. 충분히, 얼마든지 괜찮을 수 있다. 우리 모두 제 삶 하나만큼은 제 힘으로 살아낼 수 있는 강함을 지니고 있다.




02.21.


적적하다.
이런 마음을 자꾸 잠으로 달래려 하네.

- 2월 21일 20시


기대하고, 실망하고, 바라보고, 돌아서고.




- 02.28 + 05.03


마음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이를 끊어내지 못해 질질 끌고 다닌다. 끌려 다니느라 늘어난 상처보다 끌려다니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더 아프다. 괜한 하늘만 보고 다니는 날이 많다.


어느 날에는 무슨 일이 있냐는, 무엇이 그리 아프게 하냐는 그의 물음에 이유모를 불면증이라 답하였다. 나는 답을 알고 있으나, 그에겐 어떤 답도 주지 못했고 앞으로도 주지 않을 것이며 주지 못할 것이다.

어느 날에는 참고 참았던 마음을 고민하다 조금 꺼내놓았다. 또 다른 그는 충분히 슬퍼하라고 하였다. 나는 그날에서야 바닥에 놓인 닳고 닳은 마음을 매만질 수 있었다.


오늘은 또 다른 어느 날이다. 여전히 마음은 바닥에 있고, 가끔은 쳐다보기도 하고 매만지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도 하곤 한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 끊어내고 새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동시에 영원하지 않다고 하여 모두 소멸하는 것은 아니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며 결단을 유보하기도 한다. 그냥 그러고 있다. '지친 감정을 느끼는 일'마저도 번아웃 상태다.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안녕하지 못한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