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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May 02. 2017

안녕, 안녕하지 못한 마음

2월의 월요일 : 인사



- 02.01.


당신이 짐작할 수도 없는 아주 오래전 어느 시점부터, 한 번쯤 글로써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러 2년이 훌쩍 넘어버렸네요...(중략)... 개인적으로 힘들 때, 혹은 그렇지 않은 때에도 당신과 인사하고, 이야기하며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날들이 많았어요.

- 문 열면 웃으며 인사해주던 동료에게 써주었던 엽서 中
결국 사람이 머무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며,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라고. - 이병률-

- 그 엽서에 붙여주었던 포스트잇의 글귀
서로의 존재를 든든함이라 믿고, 한마디 말조차 나누지 못하는 날들에도 함께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그 긴 시간을 짧게 느끼고 있다. 남들 다 로봇처럼 다니는 회사라는 공간에서 난 어쩌다 끈적이는 정을 사람들에게 붙여놓고, 그 이유 하나로도 만족이라 부를 수 있게 된 것일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엽서를 썼다.

난 사람의 마음을 여행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루도 좋지 않을 날이 없다.
- 그 엽서를 전하고 나서 쓴 일기


+ 두 달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쉽게 울컥하는 내 마음을 나는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일상적인 인사와 결부된 사소하지 않은 기억들, 회사라는 공간에 대한 세상의 보편적인 평가, 직장인으로서의 삶, 이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당신의 빈자리가 유난히 큰 날에 더욱 그러하다.




02.06.


시작의 순간은 누구나 서툴다.

나이가 많다고
모든 순간에 능수능란한 것도 아니고
경험이 많다고 해서
또 다른 시작이 익숙한 것도 아니다.

시작은 서툴다.

누구를 만나든, 무슨 일을 하든,
어느 곳을 가든 모두
그렇게 서툴게 시작한다.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서툼에 조급해져 실수도 한다.

모두 그렇게 서툴게 시작한다.

그래서 모두가 아프고 상처도 받는다.

그저 힘들지 않은 척 연기할 수 있는
노련함이 혹은 아픔에 대한
무뎌짐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아직도 이런다고 자신을 탓할 것도,
아직도 이러냐고 누구를 면박 줄 것도 없다.

처음은 누구나 서투니까 말이다.

시작의 순간에 드는 걱정과 불안함과 질끈
눈감고 모른척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 선미화, '당신의 계절은 안녕하신가요'




02.13.


인사로 다할 수 없는 마음인데, 오로지 인사로만 대신해야 한다.




02.20.


그냥 돌아섰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02.27.


안녕.

한동안의 두근거림이 그제야 멈추었다.

부디 사랑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 대상은 그인 동시에 나였기 때문이다.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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