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냥 May 07. 2017

사라져주라.

2월의 금요일 : 무섭다



02.03.


무엇하나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 환경.

앞이 캄캄하고, 막막함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사랑할 수 없을까 봐. 곧 그렇게 될 것 같아서.

겁을 먹고, 겁이 나를 삼키고, 겁이 나고, 겁이 나를 흔들고.

 



02.10.


그리 그대로.

'좋았던 순간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라고 주문을 외우듯이 반복해서 말했다.


지금이 어떻든 (좋았던 순간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02.17.


'무서워'라고 말하는 내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언제든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나, 말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 소리를 귀로 듣고 나면, 손 끝에 닿아있는 모든 것을 놓아버릴 것 같아 두렵다.




02.24.


무섭다고 느끼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는 경험상 무서웠던 것도 있고, 경험하지 않았으나 무서우리라고 짐작하는 것도 있다. 대개 그런 것과는 먼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리하여 그 대상이 근거리에 위치해 있거나 가까워지려고 하면, 내가 수고를 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를 만든다.


가끔 생각이 깊어질 때면, 때때로 나를 찾는 외로움의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냐며 자문하기도 한다. 가까이에 두지 못하는 것이 과연 그것들 뿐이 었으랴. 내가 목적지이나 나에게 향하는 길이 어려우니, 몇 걸음 정도는 걸어 나와 있어달라는 당신 말이 답은 아닐까.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락가락 걷다 보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