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목요일 : 골목길
서로 다른 이유로 마음이 울적한 둘이서 홍대를 거닐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내 주변 공기까지 차갑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마음은 시렸다. 한참을 걷다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우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잠이 안 온다. 신경 쓰이는 일이 있는 날이면 쉽게 잠들지 못했는데, 이젠 쉽게 잠들지 못할 새벽을 예감하기까지 한다. 그런 예감이 드는 날에는 깨어있는 시간 동안 의도적으로 몸을 피곤하게 만든다. 가장 쉬운 방법은 하염없이 길을 걷는 것이고, 길을 걷다 늦은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 잠만 잔다. 그러면 하루가 참 쉽게 지나갔다.
매번 헤어짐을 이야기하는 같은 골목길에서 여느 날과 다름없이 나는 당신 앞에 서 있었다. 내가 앞에 있는 것조차 잊은 듯이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당신 앞에 조용히 서 있던 나는 먼저 인사를 건네고 길을 돌아 나왔다. 내 목소리에 잠깐 놀란듯하던 당신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지만 이내 마음의 눈도 꾸욱 감았다.
나는 당신을, 당신은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그날, 보고 싶지 않고 보이지 않았던 거리를 실감했다. 예감이 실감이 되던 그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매번 처음처럼 아프다.
길을 나서자, 네가 날 불렀다. '왜'라는 궁금증에 설렜다.
+ 모든 것은 이날로부터 시작되었다.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