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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May 30. 2017

대신

5월의 목요일 : 인형



03.02.


예쁜 인형처럼 당신에게 마냥 예뻐 보이고 싶은데

또 인형처럼 당신의 놀잇감이 되고 싶진 않고




03.09.


정신이 몸을 힘들게 하고, 몸이 정신을 안정시키고.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 그 이유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대신 인형을 끌어안았다.

흔들리는 정신과 잠들지 못하는 육체를 달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03.16.


뭐든 다 털어놓고도 편할 수 있는 인형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03.23.


길가에 버려진 인형 꼴이 내 꼴 같았다.




03.30.


인형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영향을 받다 보니 이젠 인형을 먼저 찾기도 한다. 사람이 변할 만큼 긴 시간이 흘렀다. 언젠가 내게 인형을 양보하던 이가 있었고, 그는 모를 사소한 고마움을 끌어안았던 기억이 있다. 여태 그 기억을 안고 있고, 이만한 크기의 또 다른 여러 기억들을 품고 있다. 두 팔 가득 안겨 있는 기억에 취해 오늘도 '이런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에서야 되물었다. 사람들 말처럼 '이런 내가 어리석은 건가.'하고.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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