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수요일 : 규칙
친구랑 상세한 규칙을 정했다. 몇 달간 이어지고 있는 멘붕 상태에서 나를 건져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함께 하나하나 적을 때는 지키자고 마음먹었던 것이었는데, 막상 정해진 규칙을 지켜야 할 상황에서는 못 본 척할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요즘은 어떻냐는 친구의 물음에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멘붕도 여전하다고 했다. 뭐라고 할 것만 같았는데 친구는 그럴 수 있다고 답해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언젠가 그녀에게 '단호하게 정리해'라고 말했던 게 미안해졌다. 무엇도 할 수 없는, 무엇도 되지 않는 마음인데 말이다.
쉿, 어젯밤 일은 없던 걸로 할게.
하루에 한 번은 짧게라도 글 쓸 생각하기.
마치 절대 바뀌지 않을 규칙 같은 게, 내가 관찰한 네 하루에 있어. 그중 몇 가지는 정말 싫어서 일부러 외면하기도 해. 어떻게 매 순간이 처음처럼 아픈 걸까. 이런 날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