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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냥 Nov 16. 2017

선택의 여파

6월의 월요일 : 선택



06.05.


오늘은 어떤가. 지금은 어떤가.
이미 다가온 이별을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인가.

돌아보니 '그렇지 않으면'으로 시작하는 마지막 문장은 바람이었다. 이미 이별은 와있었다.


그래서 그날은 이랬다. 이미 다가온 이별에 홀로 술을 찾았다. 모르는 길바닥 위에서 펑펑 울었고, 지갑도 없이 버스를 탔다. 정신이 반쯤은 나간 상태로 보낸 하루였다. 그렇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날이었다.




06.12.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최영미 '선운사에서' 中


먼저 걸어 나왔다. 

매일 각각의 순간이 모두 처음인 듯이 아팠기 때문이다.


바람이 스쳐가면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파도가 지나가면
바다가 흔들리는데

하물며 당신이 스쳐갔는데
나 역시 흔들리지 않고
어찌 견디겠습니까

- 김종원, '한 사람을 잊는다는 건'




06.19.


주변의 누가 그랬다. 이사는 이혼 스트레스와 비슷한 수준의 스트레스라고. 그리하여 미리 이사를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단호하고, 담대하게 16년 간의 정든 공간과의 이별을 마주하자고. 나와 참 안 어울리는 단어다.




06.26.


꿈꾸던 심리 상담사가 되진 않을 테지만, 이리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좋다며, 웃으며 이야기하는 동생 앞에서 나는 환자가 되었다가 친구가 되었다가 언니가 되었다가 오락가락했다. 그의 조언 중 몇 가지는 놀라울 만큼 새로운 시각인 동시에 맞춤형이었다. 그 몇 가지를 바로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06.26. 만남 이후의 늦은 밤에.

스스로 더 나은 나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루를 살자.



월간 4X5 <다섯 개의 단어, 스무 번의 시>는 한 달 동안 다섯 개의 단어, 각 단어 당 네 번의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짧고 주기적인 생각, 무질서한 개인의 감정과 사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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