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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급한 선수 Jun 07. 2023

<범죄도시 3>

적당히 1

'이것이냐 저것이냐'는 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이다. 반면 악마의 불행이란 무엇이며 무엇이었으며, 또 무엇일 것인가? 악마가 지어낸 말인 '적당히'라는 말이 그리스도교에 적용되면 그리스도교가 군소리로 둔갑한다.

-쇠렌 키르케고르


칸트는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려고 하지 않는 것을 누구도 긍정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좀 더 칸트에 충실하자면, 우리 모두가 재능을 썩히면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적당히' 사는 것을 의무의 차원에서 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적당히 살지 말고 열심히 살라고 한다.


3편은 '범죄도시'라기보다 마동석 주연의 영화에 가까웠다. 마동석과 순전히 웃기기 위해서 존재하는 캐릭터 외에는 누굴 바라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전작을 안 봤기 때문에 '범죄도시'가 뭔지는 모르지만, 아니 땐 굴둑에 연기가 나진 않을 테니까. 그래서 1편과 2편을 봤다. 뒤가 없는 범죄자와 빠꾸 없는 경찰. 어느 누구도 겁내지 않았다. 그에 비해 3편은 겁낼 필요가 없게 적당하게 만들어진 영화였다.


나는 내가 선택하는 인간의 그 어떤 이미지를 창조해 나간다. 즉, 스스로를 선택함으로써 나는 인간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불안, 홀로 남겨짐, 절망 같은 약간 과장된 말이 지닌 뜻을 이해하게 해 준다. 물론 많은 사람이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불안을 감추고 있으며,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종의 자기기만에 의하지 않고서는 이 불안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장 폴 사르트르


간혹 너무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현실보다 생각이 너무 빨라서, 그 와중에 꽉 붙잡은 욕심은 놓지 못해서, 삐걱거리고, 휘청거리고, 그 와중에 멋진 척하고, 그 순간 세상 구리다. 무엇이 두려웠는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구린 영화다.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서 사방에 발라놓은 유머 덕분에, 적당히 만들려는 게 보여서 구렸다. 겁 없는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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