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급한 선수 Jun 22. 2023

<엘리멘탈>

콧김에 흔들리는 촛불

태엽을 16시 30분까지만 감아두자. 태엽이 풀려야 기계가 멈출 테니까. 그제야 톱니 속에 있던 찰리가 기어 나와 허기를 달랠 테니까.


아무런 간섭이 없다면, 그러니까 자유롭다고 생각할 때, 힘을 받은 물체는 영원히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벽에 부딪히면 받은 힘은 사라지지만 습관이 남아서 물체를 다시 달리게 만든다. 그러니까 부딪히기 전에 붙잡자. 부딪혀 본 사람은 꽤나 아픈 일인 걸 알고 있다.


모기에게 지배당하고 있다면, 그러니까 자유롭지 않다면, 눈의 볼륨은 작아지고 귀의 볼륨이 커진다. 소리가 사라져도 커진 볼륨은 줄어들지 않아서 적막이 웅성거릴 터이다. 그러니까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방충망을 촘촘하게 만들자. 모기를 잡아도 손에 묻은 피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유튜브도 보고 밥도 먹어야 해서 찰리의 시간은 금세 한밤중이다. 세상의 재미난 일은 한밤중에 일어나고, 매번 자기들끼리만 즐겁겠지만, 찰리는 다시 16시 30분만큼의 태엽을 감는다. 어쨌든 찰리의 기계니까. 그러니 적당히 붙잡아 주고 모기가 못 들어오게 막아 주자. 16시 30분이 되기 전에 태엽이 풀리면 찰리의 기계가 찰리였던 기계가 될 테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