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들과의 여름휴가

by 손정희


1. 손녀의 방문



여름휴가를 맞아 일본에 사는 작은아들 가족이 찾아왔다.


예쁜 두 손녀와 함께라 집안은 금세 환해졌다.



온다는 소식만 들려와도 남편과 나는 분주해진다.


구석구석 집을 치우고, 이불을 햇볕에 바짝 말리고,


옥상에는 작은 풀장까지 마련한다.



바람은 단 하나다.


손녀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집이


생각만 해도 미소 짓게 되는 곳,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기억되기를.



이 집에서는 모든 것이 허락된다.


하고 싶은 건 마음껏 하고,


갖고 싶은 건 기꺼이 채워준다.


그것이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방식이니까.






2. 손녀들과 장보기의 행복



역시 가장 설레는 곳은 마트다.


손녀들이 묻는다.


“할머니, 몇 개 사면 돼?”



나는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딱 한 개만.”


그러면 금세 울상이 되어


“할머니~~ 할머니~~”


하며 매달린다.



사실 나는 그 소리가 듣고 싶어


마트에 가는 길마다 일부러 그렇게 말한다.



그러다 문이 열리는 순간,


“사고 싶은 건 다 사도 돼!”


외쳐주면,


손녀들은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껑충껑충 뛰어가며


행복을 한 아름 담아 온다.






3. 우리 집의 원칙



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약속을 받아냈다.


“교육은 너희 집에서 하고,


우리 집에서는 공부 금지!


여기서는 무조건 먹고, 놀기만 한다.”



그래서 이 집에서는 많은 놀이가 펼쳐진다.


그림을 그리고, 색종이를 접고,


피아노를 치다가 드럼을 두드리기도 한다.


탁구도 치고, 옥상 풀장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장구를 친다.



우리는 그렇게 놀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웃음 속에서 마음은 더 가까워지고,


놀이 속에서 사랑은 더 깊어진다.






4. 이별의 눈물



떠나기 전날 밤,


두 손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할머니랑 바이 바이 하기 싫어!”



그 울음은 대성통곡이 되었고,


나 역시 결국 함께 울고 말았다.


도무지 멈추지 않는 울음 속에서


나는 약속을 꺼내 놓았다.


“시원해지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너희 집으로 갈게.”



언젠가 사춘기가 찾아오면


분명 우리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마음껏 놀고,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또 기꺼이 사랑받으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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