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나의 주변

by 손정희


우리의 삶은 참 이상하다.

타인과의 관계가 나를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만든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들은 언제나 소중하고 필요해 보인다.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마냥 좋은 것 같아서 더 가까이 지내려 애쓰기도 한다.



그런데…

큰 병을 앓고 나면 문득,

내 주위가 또렷이 보인다.

마치 그동안은 흐릿했던 풍경이

하루아침에 선명해진 것처럼.


그게 나는 참 신기하다.

너무 가깝다고 믿었던 친구가 멀리 떠나버리는가 하면, 얼굴만 알고 지냈던 사람이 끝까지 아픔을 함께해 주는 일이 있다. 가족이면서도 안부 한마디 건네지 않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인생의 고비마다 조용히 힘이 되어주는 가족도 있다.

그러고 보면 관계는 늘 곁에 있지만,

내가 어떤 상태에 있는가에 따라 그 모습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너무 속상해하지도 말고, 너무 미련 두지도 말자.

그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감사하는 일.

그게 어쩌면 아픔이 가르쳐준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른다


아파보니 마음속이 하나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즐겨하던 취미들도 자연스레 내려놓게 되었고, 이제는 나와 남편 사이의 관계에 더 깊은 의미를 두게 되었다.

결국 내 곁에 남편 한 사람만 있어도 외롭지 않게 잘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다.

하지만 그 관계도,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고 사랑할 때에만 편안하고 아름답게 유지된다는 걸 ~~~~~~

결국 우리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안식처라는 걸, 이제는 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냥,편안하구나(나의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