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편안하구나(나의 산책길)

by 손정희



꽃잎이 바람에 나부낀다.


말 없이도 마음을 덮는 분홍빛의 복사꽃


물소리 멀리 들려오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이 길 위에 선 내가


참 괜찮아 보인다.



그냥, 편안하구나.


누구의 눈치도, 어떤 다짐도 없이


지금 이대로 좋은 걸.



살면서 얼마나 많은 순간을


견디고, 넘기고, 버텨냈던가.


그때는 몰랐다.


편안함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무언가 되지 않아도,


어디에 도달하지 않아도,


지금 이 길 위에서


그저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복사꽃은 한창이고,


길 끝에는 작은 물소리가 흐른다.


돌계단 옆에 앉아


물끄러미 산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제 나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겠구나.’



조용히 늙어가는 일이


두렵지 않다.


고요한 날들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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