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가, 엄마의 원피스를 입어요

by 손정희


갑자기 집 안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제일 먼저 옷장을 열었다. 몇 년 동안 입지 않았던 옷들을 골라내어 버릴 옷 상자에 담기 시작했다. 그때, 내 옷들 사이에 숨어 있던 한 벌의 원피스가 눈에 띄었다.

엄마가 즐겨 입으시던 꽃무니 원피스였다.

벌써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원피스에는 엄마의 체온이 남아 있는 듯했다.


참 멋쟁이셨던 우리 엄마.

옷태가 멋있던 엄마.

솜씨도 얼마나 좋으셨던지,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언니와 내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히셨다.

엄마의 손끝에서 나온 원피스를 입고 나가면, 모두가 "어머, 예쁘다!" 하고 감탄을 하곤 했다.


겨울이면 엄마는 밤잠도 미뤄가며 털실로 스웨터와 장갑, 목도리를 떠 주셨다.

1960년대,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

그 시절, 엄마의 손은 언니와 나를 부러움의 대상으로 만들어 주셨다.

우리 엄마는 여자가 예쁘게 꾸미지 않는 걸 참 싫어하셨다.

"여자아이는 단정하고 곱게 다녀야 한다."

"여자는 예쁘게 꾸며야 해."

엄마가 늘 하시던 말이다.


이 오래된 원피스는 단순한 옷이 아니다.

엄마가 물려주신 리더십, 사람에 대한 배려, 사람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신앙, 가족과 친지 간의 도리…

엄마가 삶으로 보여주셨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옷이다.


엄마,

엄마의 작은 딸이 이제는 엄마가 입던 원피스를 입어도 되는 나이가 되었어요.

엄마처럼 옷태가 멋지게 나진 않겠지만,

이제부터는 제가 엄마의 원피스를 입고,

엄마의 마음과 삶의 태도를 입은 듯, 조심스럽게 나이 들어가려고 해요.


항상 엄마가 하셨던 말씀,

"여자는 예쁘게 꾸며야 해."

그 말을 명심하면서, 저도 예쁘게 꾸미고

이제는 그렇게 나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엄마,

참 많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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