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곳에서 발견되는 취향 <겨울 마침표>

책 읽는 워킹맘

by 조여사

평생 겨울이라는 계절을 좋아해 본 적이 없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거든요. 그래서 한국의 사계절 중 겨울을 제일 좋아한다는 작가의 글이 궁금했습니다. 게다가 모든 것이 끝나간다는 이유로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니요. 마침표보다는 쉼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변화를 싫어하여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이 힘든 사람으로서, 여름 방학보다 종강을 선호하고, 졸업식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작가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작가의 글을 읽으며 학창 시절 배운 것을 한 번 정리해 본다는 의미에서 시험을 그리 싫어하지 않았던 내가 떠올랐습니다. 사실은 가끔 정리하고 다음 걸 시작한다는 의미로 시험을 좋아하기도 했죠. 사람들은 종종 의외의 곳에서 본인의 취향을 깨닫곤 합니다.


작가가 14년 차 워킹맘이라서 그런지 여성 직장인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것들을 공유하는 기분이 들어 괜스레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지난주 '나처럼 허술하게 살아도 이 험난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제목은 <치열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쓰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릴수록 이게 바로 치열하게 살아온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떠올라 고민이 됩니다. 사내 정치에 휩쓸리지 않고 본인의 태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해왔다는 것 자체가 성실이고 능력일 텐데, 작가도 나와 비슷한 결인 것 같아 반갑습니다.


한동안 카리스마 있는 언니를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강단 있는 카리스마 풍기는 언니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갖고 싶어 하는 것임을 어느 순간 깨달았죠. 그 후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나 스스로는 뒤에서 조용히 잔잔하게 밀어주는 역할을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전 사장님이 첫 부임하셨을 때 저의 모습을 보며 하셨던 말처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manipulator 같은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 이 책에서 '조용히, 특유의 존재감으로'라는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회사에서 승진을 하게 되어 앞으로 어떠한 태도로 회사 생활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조용히, 특유의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나에게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12월 독서모임 책으로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을 읽고 나서 에세이를 한 권 더 읽고 싶어 선택했는데 이 겨울에 꼭 맞는 책을 읽게 되어 읽으면서 행복했습니다. 어쩌면 추위를 싫어하는 내가 겨울을 조금 좋아하게 된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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