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워킹맘
한동안 들었던 코칭 수업에서, 그리고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눈에 띄던 <설득의 심리학>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어설픈 존재인 우리들은 주어진 정보를 철저하게 분석한 후 의사결정에 도달하기보다는 단 하나의 중요한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더 선호합니다. 정보화 사회인 지금 더욱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우리에게 더욱 많은 정보가 제공될수록 우리는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하는 지름길 식의 의사결정방식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책에서는 6가지 설득의 법칙을 알려줍니다. 그 첫 번째 법칙은 상대방을 일종의 빚진 상태로 만들어놓아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승낙을 받는 상호성의 법칙입니다. 남에게 빚을 지게 되면 마음이 불편해서 가능한 한 빨리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심리적 압박감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인간이 진화면서 내가 상대방을 위해 선심을 쓰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선심을 쓸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사람들 간의 협조를 촉진하게 되어 성숙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원칙은 일관성의 법칙입니다. 우리는 무엇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귀찮기 때문이 아니라 심사숙고 끝에 얻어지는 결론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관성의 법칙 때문에 우리는 어떤 일에 개입하게 되면 우리 스스로의 선택을 지지하는 버팀목을 만들어 정작 그 일을 시작하게 된 미끼가 사라져 버려도 아무런 저항 없이 일관성을 발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 번째 원칙은 주어진 상황에서 우리 행동의 옳고 그름이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행동을 같이 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입니다. 예전에 보았던 TV 프로그램에서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여러 사람이 바라보자 지나가던 대부분의 사람이 하늘을 바라보는 실험을 한 것이 생각나네요.
네 번째 원칙은 호감의 법칙입니다. 우리는 우습게도 호감이 가는 사람 (ex. 잘생긴 사람)에게 취약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공정하지 못한 호감을 유발하는 요인이 아니라 호감이 유발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호감 있어한다는 사실을 느끼는 순간 우리의 방어 체계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다섯째 원칙은 일반적으로 권위를 따른다는 권위의 법칙입니다. 권위를 이용하여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권위자들에 대해 우리는 이 사람이 진짜 전문기인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TV에 나와 유명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쉽게 그 사람의 권위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맹목적으로 따르기 전 권위자의 전문성에 대한 증거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마지막 여섯째 원칙은 희귀성의 법칙입니다. 우리는 희귀한 물건을 선호할 뿐 아니라 희귀한 물건이 경쟁 상태에 있을 때 가장 선호합니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 상태에 있다는 감정 자체가 매우 강력한 동기유발제가 됩니다. 그래서 홈쇼핑에서는 품절임박을 그렇게 목놓아 외치는 것이겠죠. 하지만 희귀한 상품의 가치는 그 경험적 사용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유에서 얻어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 마음의 평정을 찾고 왜 우리그 그것을 가지고 싶어 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서라면, 그것을 소유하기 위해서 얼마를 지불하는 것이 적당한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답이 그것의 기능 때문이라면 물건의 기능은 그 물건이 희귀하든 아니든 똑같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을 시점, 백화점에서 마음에 드는 조끼를 발견했습니다. 마음에 들었지만 필요한 물건은 아니라서 살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가격은 7만 원 정도, 내 사이즈는 보통 66인데 55 사이즈밖에 없다고도 하고요. 조끼도 마음에 들고 입어보니 사이즈도 얼추 맞았지만 그래도 다양한 것들을 둘러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본 판매원이 하는 말, "정가는 45만 원이었어요! 한 장 밖에 안 남았어요!" 저는 바로 설득당해 결제를 하고야 말았죠. 결제하고 물건을 받고 뒤돌아서면서 '바보네. 바로 책에 나왔던 방법이 자나!'라는 생각을 한 게 함정이랄까요. 결제하기 전에는 절대 생각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