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워킹맘
다이애나 애실의 <어떻게 늙을까>에서 "나같이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부당한 이득을 누린다."라는 문장을 읽고 눈이 번뜩 뜨였습니다.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명확하게 문장으로 표현해 주었거든요. 다이애나 애실은 "요즘 서구 세계에는"이라며 문장을 시작했지만, 서구든 동양이든 요즘 어느 세계에서나 종교적 성향이 없는 사람들이 종교를 가진 사람들만큼이나 많겠지만 인간 모두가 종교인들이 정해놓은 방향으로 전개된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현재 부모님도 남동생도 기독교인이지만 저는 한 번도 종교를 가진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주변에서 전하는 하느님을 믿어야 한다는 강요와 압박은 버겁습니다. 하지만 종교가 가진 문화적, 사회적 힘과 종교를 바탕으로 쌓아온 인간의 역사는 존중받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신론자로 종교 밖에서 종교를 생각해 보면 인간이 필요에 의해 종교를 발명했다는 의견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종교가 완전히 엉터리라는 의견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종교는 한 개인으로 답을 얻을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답을 제공해 줍니다. 그리고 세속적인 성공 없이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가르쳐줍니다. 마음이 힘들고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생각으로 힘이 들었을 때 내가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면 의지할 곳이 있어 좋았을 텐데 라며 아쉽던 시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십 년을 종교 없이 살아왔고 전도라는 행위와 맹목적인 믿음이라는 것이 버거워 종교에 대해서는 무조건 비판적으로 생각하곤 했던 저이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종교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세상은 무척 혼란 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으니 앞으로도 잘 될 거다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습니다. 이런 낙관적인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희망찬 미래와는 점점 반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가 없는 사람은 종교가 있는 사람보다도 훨씬 더 낙관주의자라는 알랭 드 보통은 어리석은 나의 낙관주의가 얼마나 미숙한 생각이었던지를 일깨워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