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워킹맘
앞으로 일어날 일을 까맣게 모른 채 3주 전쯤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독재정치를 한 대통령의 딸이 당선되면서부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란 어떤 것인지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죠. 평소 열성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황들이 조금 이해가지 않았습니다. 뉴스 기사나 분석글들을 살펴보아도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글들은 왠지 편향적이랄까요, 제가 현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글은 없었습니다. 제가 이럴 때 가장 처음 하는 방법은 관련된 주제의 책을 읽어보는 것. 그래서 선택했던 책이 당시에는 번역본이 없어 원서로 읽었는데 현재는 <승리의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되어 있는 스콧 애덤스의 <Win Bigly>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바랐던 것처럼 트럼프는 재집권을 하지 못하고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미국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미국 선거에서 트럼프는 다시 당선이 되었고 저는 다시 이런 책을 구입했죠.
저자는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태로운 제도였고, 민주주의 죽음 가운데 75%는 쿠데타와 같은 총칼의 손에서, 나머지 25%는 국민이 선출한 지도자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책의 초반의 논리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전제주의적 대통령을 저지할 방법으로 제시하는 중반 이후의 논리가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생각되어 흥미를 잃고 중반까지 읽다가 말았습니다. 책을 다시 읽으며 우리나라 대통령이 주류로 떠오른 과정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책의 초반부를 읽으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선거에 의해 무너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계엄령 발표에 책을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저자는 잠재적인 독재자를 감별할 수 있는 네 가지 경고신호를 제시합니다.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는지, 정치 경쟁자의 정당성을 부정하는지, 정적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고 조장을 하는지, 마지막으로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는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 중 하나라도 충족한다면 그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그리고 주로 포퓰리즘 아웃사이더가 기성정치에 반대하여 이 전제주의 리트머스 테스트에 양성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시험은 이러한 인물이 등장하는가가 아니라, 정치 지도자와 정당이 나서서 이러한 인물이 당내 주류가 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이들에 대한 지지와 연합을 거부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당의 민주주의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경쟁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함으로써 이들이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가라고 합니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극단주의자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성 정당이 두려움과 기회주의, 혹은 판단 착오로 인해 극단주의자와 손을 잡을 때 민주주의는 무너진다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이 책의 사례로 나온 아웃사이더/전제주의 정치가들과 지금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비교하기조차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과 그가 속한 당은 이 책에서 말하는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는 모든 행동들을 하나같이 빠짐없이 시도하고 시행하고 있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자니 불안하기만 합니다. 저자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공화당은 대통령에게 맞서면서까지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의지, 지도부의 견제의 태도, 이론적 차원에서의 대통령 탄핵 선택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화당 내 핵심 인사들은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에는 공식적으로 거리를 두겠지만, 대통령을 무력화하거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행동(가령 탄핵)은 여당 동료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입법 과정에서 여당의 힘을 위축시킬 위험과 공화당의 단기적인 선거 전망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지금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를 책에서 읽으며 무척이나 암울해졌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