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지나가는 자리

by Re나


밤이 깊어지면 도시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하늘은 마치 오래 기다렸다는 듯 별들의 자리를 드러낸다.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저 빛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삶이란 결국 잠시 스쳐 지나가는 호흡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어둠을 두려워하지만, 사실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세계가 있다. 소음이 사라지고 마음의 표면이 고요해지는 순간에야 비로소 빛은 제 형체를 선명히 드러낸다. 삶이 조용해지는 곳에서 진실이 모습을 보이듯이. – 존재는 언제나 고요 속에서 제 본래의 얼굴을 드러낸다. 소란은 현실을 보여주지만, 침묵은 진실을 보여준다. 우주는 아무 말 없이 존재하지만 그 침묵은 비어 있지 않다. 별은 태어나고 사라지고, 그 잔해가 또 다른 빛을 만든다.

별의 탄생은 우주 먼지와 기체가 끝없는 중력의 부름에 서로를 끌어안으며 시작된다. 그렇게 모여든 입자들이 한 임계점에서 갑자기 불을 밝히는 순간, 어둠 속에 첫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어느 별은 이미 오래전에 소멸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 죽음의 빛이 지금 이곳까지 도착해 우리 눈에 닿는 것이다. 별의 죽음은 침묵 속에서 터져 나오는 가장 장대한 순간이다. 마지막 에너지를 불태워 폭발하는 초신성의 불꽃은, 자기 자신을 소멸시키며 새로운 별과 행성의 재료를 우주 곳곳에 흩뿌린다. 우주는 이렇게 죽음으로 다음 생성을 길어 올린다. 이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삶과 죽음이 서로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라 한 줄기 파동처럼 이어져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이동이며, 삶은 그 이동의 한 지점일 뿐인지도 모른다. – 죽음은 사라짐이 아니라 계속됨의 방식이며, 삶은 그 흐름 속에서 잠시 머무는 형식일 뿐이다.


우주는 끊임없이 팽창하고, 인간은 그 안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만든다. 이해할 수 없는 광대한 세계가 우리를 압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우리가 느끼는 작은 감정들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반짝인다. 나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실은 우주의 규모와 비교하면 너무 작지만, 그 작은 진동이야말로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빛처럼 느껴진다. – 우주가 무한하다는 사실보다 더 경이로운 것은, 유한한 존재가 무한 속에서 의미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별빛은 과거에서 오고, 우리의 삶은 지금을 지나 미래로 향하지만, 세 흐름은 늘 어느 지점에서 서로 겹쳐진다. 삶은 앞으로 흐르고, 죽음은 과거를 돌아보게 하며, 우주는 그 두 흐름을 한꺼번에 품는다. 그래서 우리는 밤하늘을 볼 때 묘한 평온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거대한 시간 속에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주 작은 순간을 살고 있다는 이중성 속에서. –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겹겹의 원이다. 인간은 그 원의 한 조각에서 모든 존재의 의미를 읽어내려 한다.


삶을 오래 바라보면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떠나야 한다는 사실과 마주하지만, 죽음을 깊이 생각할수록 삶의 결이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누군가 떠난 자리에서 남는 것은 부재가 아니라 흔적이고, 그 흔적은 때때로 별빛처럼 은근히 우리를 비춘다. 죽음은 사라짐의 이름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존재일 수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진 것은 아니다. 별도 죽은 뒤에야 가장 아름다운 빛을 보낸다. – 사랑은 사라진 뒤에도 계속 존재한다. 의미는 부재보다 오래 남고, 흔적은 존재보다 더 깊이 살아남는다.


우주를 올려다보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과 닮았다. 광활한 어둠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길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자신의 내면을 더듬어보게 된다. 그 속에서 발견한 작은 감정 하나가, 삶 전체를 다시 비추기도 한다. 우주의 거대한 침묵은 우리에게 말한다.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지만, 그 둘은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 시작과 끝은 서로를 밀어내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완성시키는 쌍둥이 같은 개념이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별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삶은 어둠을 가로질러 잠시 빛나는 여행이고, 죽음은 그 여행의 또 다른 장면일 뿐이라고. 우주는 우리가 떠나간 뒤에도 여전히 빛을 보내고, 우리는 그 빛 속에서 한동안 더 살아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이 삶은 충분히 찬란하다. – 존재가 유한하기 때문에 빛나고, 빛나기 때문에 두렵고, 두렵기 때문에 아름답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