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향한 느린 빛

by Re나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삶이 어느 날 문득 밝아지는 일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어둠 속을 떠돌던 작은 빛 하나가 마침내 나의 궤도에 닿는 일이다. 우리는 그것을 우연이라 부르지만, 우주는 오래전부터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별들이 폭발하며 흩뿌린 먼지, 세월을 건너온 입자 하나가 지구의 흙이 되고, 물이 되고, 숨이 되고, 마침내 한 사람의 목소리가 되어 내 앞에 서게 되는 기적.


사랑은 사건이 아니라, 먼 곳에서 오래 떠밀려온 파동이다. 자연도 그 비밀을 이미 알고 있다. 바람은 닿으려는 대상을 고르지 않고, 강물은 자신이 흐르는 이유를 묻지 않으며, 그저 필요한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다. 사랑도 그렇게 온다. 한 번도 예상된 적 없는 길로, 그러나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두 사람이 마주 서는 순간, 두 별의 궤도가 아주 조용히 맞물린다. 충돌하지 않고, 도망치지도 않고, 서로의 중력을 조금씩 나누어 갖는다. 사랑이란, 내가 나만의 중심에서 벗어나 누군가의 세계를 따라 회전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그 회전은 때로 아프고, 때로 눈부시고, 때로 말없이 흐른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해한다. 사람이 사람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 손끝의 온기가 삶 전체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나무가 뿌리로 서로의 영양을 나누듯, 보이지 않는 마음의 뿌리들이 서로에게 조용히 스며드는 것. 말보다 오래 남는 방식으로.


사람을 깊이 사랑하는 일은 내 안에 감춰진 광막한 공간을 누군가에게 건네는 일이다. 그 공간은 처음엔 어둠이지만, 그의 숨이 닿는 순간 별 하나가 켜진다. 그리고 또 하나가 켜지고, 또 하나가 켜져서, 어느 날 문득 나는 깨닫는다. 내 안에 떠오른 그 모든 빛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우주였음을. 우리가 서로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우주 한가운데서 둘만의 은하가 조용히 생겨나는 일이다. 그 은하의 빛이 아주 느리게, 그러나 끝내 사라지지 않는 방식으로 오래오래 흘러가는 일이다. 사랑은 결국, 삶이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조용한 우주의 흔적이다.


어쩌면 사랑은 내가 충분히 조용해졌을 때, 비로소 알아볼 수 있는 파동일지도 모른다. 기대보다 숨이 먼저 반응하고, 설명보다 감각이 먼저 고개를 드는 순간. 그때 나는 알 것이다.


아, 이 빛은 낯설지 않다고. 오래전부터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고.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