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강 위에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by Re나

얼어붙은 강 위에서, 사람들은 살아간다.


Pieter Bruegel, 피테르 브뤼헐

<겨울 풍경(스케이터들과 새 덫)>


프리드리히의 겨울은 사유이고, 모네의 겨울은 빛이며, 브뤼헐의 겨울은 삶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겨울풍경을 가끔 찾아보게 된다. 차갑고 조용하지만 삶의 온기가 꺼지지 않은 겨울. 견디는 겨울이 아니라 살아내는 겨울. 얼음 위에서도 삶은 멈추지 않고, 그저 더 조심스럽게 더 천천히 흘러갈 뿐이다. 그림에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얼어붙은 강 위로 미끄러진다. 사람들은 스케이트를 타고, 아이들은 어설픈 걸음으로 중심을 잡는다. 누군가는 넘어지고, 누군가는 손을 내민다. 그 모든 장면이 특별하지 않게 담담하게 펼쳐져 있다. 겨울은 이들에게 비극도 낭만도 아니다. 그저 하루의 조건일 뿐이다.

마을이 있고, 노동이 있고, 놀이가 있다. 눈 덮인 지붕 아래서 연기가 오르고, 얼음 위에서는 삶이 계속된다. 겨울은 멈춤의 계절처럼 보이지만, 이 그림 속에서는 오히려 움직임의 계절이다. 얼음이 굳어야 사람들이 건너갈 수 있고, 강이 멈춰야 길이 생긴다. 화면 한쪽에 놓인 작은 새 덫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지만, 이 그림의 온도를 바꾸는 하나의 장치다. 새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내려앉고, 덫은 조용히 기다린다. 놀이와 생존, 웃음과 위험이 한 화면에 겹쳐 있다. 삶이란 언제나 이렇게 동시에 일어난다.

이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면, 겨울은 더 이상 춥지도 외롭지도 않다. 고요하지만 비어 있지 않고, 차갑지만 비인간적이지 않다. 우리는 흔히 겨울을 ‘견뎌야 할 시간’이라고 부르지만, 이 장면 속 사람들은 견디지 않는다. 그들은 살고 있다. 얼음 위에서, 눈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오후의 빛 아래서 이 그림을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위로와 용기를 얻기 위해 이 그림을 찾는다.


완벽한 계절이 오기를 기다리며 삶을 미루지 말 것.
조건이 거칠수록, 사람은 더 구체적으로 살아간다는 것.

브뤼헐의 겨울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지금의 계절이 무엇이든,
당신은 오늘을 어떻게 건너고 있는가.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