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것은 멋있는 것
직업 - 맛있는 것은 멋있는 것
내 사랑하는 딸은 할머니집에서 자랐다. 딸이 세 살 때, 할머니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딸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렸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나는 깜짝 놀라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뛰어갔다. 딸은 부엌에서 놀다가 싱크대에 매달렸는데, 키가 작아서 발끝이 닿지 않아 버둥거리다가 살려달라고 구원을 요청한 것이었다. 겨우 1cm가 1km의 절박함으로 딸의 생명을 위협한 것이었다. 사람의 말은 이처럼 생존본능을 표현하는 것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인간의 역사는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자유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자유는 생존의 자유일 것이다.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다른 무엇이 중요하다는 말인가? 그러므로 생존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것들은 제거되어야 한다. 세 살짜리 딸이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듯이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흔히 의식주로 요약된다. 인간은 따뜻한 옷으로 몸을 보호해야 살 수 있다. 그리고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다. 또한 추위, 비바람, 맹수, 적의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집이 있어야 한다. 옷은 개인을 보호하고, 집은 가족을 보호하므로 주택은 가족의 옷이다. 그리고 국가는 국민의 옷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의식주이다. 그러므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식주에 권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더욱 따뜻한 옷, 더욱 튼튼한 집, 더욱 맛있는 음식이 있을 때 인간은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왕과 왕비의 옷, 왕과 왕비가 사는 집은 생존율을 높이려는 전략적 사고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권위란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과장전략과 과소전략인 것이며, 이러한 생각이 제도화되어 정치가 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집을 크게 짓고, 적에게 부자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아주 작은 보석으로 치장을 하게 된다. 상대적 우월감을 표현하여 살아남기 위해서 치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도 생존전략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
미(美)는, 양(羊) + 대(大)로 나눌 수 있다. 그러므로 미는 ‘양이 크다’는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양이 크면 먹을 것이 많고, 먹을 것이 많으면 생존율이 높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은, ‘먹을 것이 많으므로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이것은 맛과 멋을 구별하는 것이 모음 하나 차이라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맛있는 것은 멋있는 것이며, 멋있는 것은 맛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 권위, 아름다움 등은 의식주를 중심으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과장과 과소 전략의 결과임을 알 수가 있다.
이처럼 인간 생존의 1차적 기반은 의식주이고, 의식주를 해결하고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언어, 교통, 시장, 직업(일) 등이 필요할 것이다. 사람의 말 중에서 중요한 말은, ‘살려주세요, 밥 주세요’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언어 예술인 문학의 큰 주제는 ‘살려주세요’와 ‘밥 주세요’일 것이다. 그리고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고 시장까지 가야한다. 그래서 교통도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문화는 의식주를 해결하여 생존율을 높이려는 활동과 그 활동의 결과물일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과학, 학문, 철학 등의 개념은 거창한 이론으로 어렵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정치는, ‘의식주를 해결하여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인간 활동의 총체’라고 개념 정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경제, 사회, 과학, 학문, 철학 등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생산을 하기도 한다. 옷을 짓는 사람, 농사를 짓는 사람, 집을 짓는 사람 등은 의식주를 직접 생산하는 고귀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살 수가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직업이 성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옷을 짓는 사람은 테일러(Taylor), 농사를 짓는 사람은 파머(Farmer), 집을 짓는 사람은 카펜터(Carpenter) 등이다. 그러므로 서양에서는 테일러씨, 파머씨, 카펜터씨 등이 전통이 있는 집안일 것이다. 그리고 의식주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병을 고치는 사람, 좋은 말을 하는 사람 등이 그런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도 훌륭한 사람들이다.
이처럼 사람은 일을 하면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살아가는데 입을 움직여 말을 해서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입으로 말을 해서 살아가는 대표적인 입노동자에는 가수가 있다. 가수는 입을 움직여 노래를 하여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한 대가로 살아간다. 그리고 입노동자에는 교수, 검사, 판사, 변호사, 국회의원, 스님, 목사, 신부, 무당 등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입을 움직이지 못하면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교수, 검사, 판사, 변호사, 국회의원, 스님, 목사, 신부, 무당 등은 어떤 말을 할까? 아마도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교수는 학생들에게 진리의 말을 하여 각성을 시키고, 검사는 죄인에게 좋은 말을 하여 올바른 사람이 되도록 말을 할 것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선(善)하다면 교수, 검사, 판사, 변호사, 국회의원, 스님, 목사, 신부, 무당 등은 필요가 없는 직업이 아닐까? 모든 사람이 선하니 사람 사이에 다툼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법률가들은 할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이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검사, 판사, 변호사 등이 할 일이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종교인들도 없어지면 좋겠다. 종교인들은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괴로움을 위무(慰撫)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선하면 나쁜 말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님, 목사, 신부, 무당 등도 할 일이 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정치인도 없어지면 좋을 직업이다. 사람들이 모두 선하면, 이권다툼이 없어질 것이니 정치인이 나서서 조정을 할 일도 없을 것이다.
사람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사람이 하는 일은 몇 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좋은 일이다. 사람이 하는 일 중에서 나쁜 일은 나와 남을 해치는 일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좋은 일은 나와 남을 모두 이롭게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므로 직업을 선택할 때는 나와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와 남을 이롭게 하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