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장발(소설)

부끄럽고 미안하여

by 묘길 조길상

소심한 장발 - 부끄럽고 미안하여

1982년 21살 청년이,
후배의 소개로 미팅을 했어요.

청바지 입고,
장발 곱슬머리카락이
버스를 타고,

주머니에는 커피값도 없이
씩씩하게
소녀를 만나러 갔어요.

소녀는 키가 크고 예뻤어요.


커피를 두 잔 시켰지요.
그런데 큰일 났어요.
커피값이 없었거든요.
큰일 났어요.

팝송이 울렸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DJ가 무슨 말을 했는데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몇 마디 말을 하면서 궁리를 했어요.
어디서 커피값을 구할까?
궁리를 하다가,
근처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생 생각이 났어요.
화장실 가는 척 하면서 당구장으로 달려갔어요.

돈을 빌리려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동생이 당구를 치자고 말했어요.

당구를 한 시간 치고
커피값을 빌려서
다방으로 달렸어요.

소녀는 없었어요.


스물 한 살 청년은
참 부끄럽고
참 미안하여
/
/
/
그리고
그렇게
그리하여
오래 전에
참 소심한 청년이 살았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