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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걸즈 Sep 14. 2024

안경 맞춰주려고 안경사 됐는데 여자라서 못한다구요?

취업 준비를 하는 대부분의 안경사 준비생은 안경원으로 실습을 나간다. 내 첫 실습 안경원에는 남자 선생님만 5명이었다. 그러한 상황으로 여자 선생님을 구인 중이었다. 당시 난 갓 졸업한 새내기 취준생이었을 때로 열정이 넘쳤었다. 그래서 모든 선생님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던 중, 한 고경력자 선생님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당시 나는 안경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답변도 해주지 않으시고는 “여자는 초년 차일 땐 콘택트렌즈실에서 5년 정도 경력을 쌓고, 왕언니 정도로 불릴 때 그제야 안경을 만질 수 있는 거다.” “지금 그런 거 알아봤자 당분간 쓸 일도 없다.”라고 말이다. 여기서 일하다간 무려 5년 차인데도 안경 한번 못 만들어본 안경사가 되어 어딜 가도 무경력자 취급을 받을 게 뻔했다. 


첫 실습지를 손절하고 두 번째 실습지로 갔다. 훨씬 규모가 크고 1층은 안경, 2층은 콘택트였던 매장이다. 당시 안경렌즈 고객 설명서를 읽고 있었는데, 고경력자 선생님이 오셔서는 “넌 여자라 어차피 앞으로 5년 정도는 쓸 일도 없을 텐데….” “5년 뒤면 어차피 그 책 내용 많이 바뀌니까 지금 보는 거 의미 없어.”라고 하시는 거다. 같은 의미, 심지어 둘 다 5년이라 콕 집어서 이야기 하니 현타가 왔다. 안경 맞춰주려고 안경사 했는데 무엇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고 현실이라 믿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그 매장 2층에 계신 8년 차 여자 선생님은 안경 판매 횟수가 8년 통틀어 5번도 안 된다고 했다. 실제 나의 동기들도 절반은 1~2년을 콘택트만 판매했다.


나는 우리 매장에 취업할 당시 사장님에게 정확히 전달했었다. “콘택트렌즈를 판매하는 것도 좋지만 안경을 맞춰주고 싶어서 안경사를 시작했습니다. 가르쳐 주시면 열심히 배워서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일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다초점 안경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거의 있기 힘든 일이다. 이 일을 하면서, 불합리한 것에 대해 가만히 상황 탓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이 글을 읽는 분 중 안경사 일을 시작하는 당신, 원하는 게 있다면 상황 탓보단 설득을 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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