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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예정 Feb 02. 2024

'간이역' 역사 교사가 사랑하는 문장들 #16

<오래 준비해온 대답> 중에서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김영하 작가의 책을 참 좋아합니다. 특유의 문체는 말할 것도 없고,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저의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만들어준 장치들, 그리고 방송에서 작가가 인간과 사회, 그들이 쌓아온 역사와 경험 등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방향 또는 궤를 같이하며 따라가는 생각의 지도가 풍성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이라는 책의 일부에 실린 이 문장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 크게 와닿는 문장 중 하나였습니다. 홀로 돌아다니는 것의 즐거움에 취했던 시절을 보낼 때도 이 문장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지금도 이 문장을 곱씹고 문장에 담긴 의미에 감탄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맛이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돌아다니면서, 거창한 해외 여행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여행을 하는 것은 여전합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평생을 같이 걷고, 이야기하고, 나누고 싶은 소중한 사람과의 행복한 순간들이 쌓이고 있다는 것이 이전에 이 문장에 탐복하던 저의 모습과는 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매일 같이 저의 일부가 되어주는 것 같은 공간들을 마주합니다. 모든 곳이 새로운 공간, 새로운 풍경이 됩니다. 여러 장소가 새로운 여행지, 새로운 곳의 풍경이 됩니다. 이미 새롭지 않거나 앞으로 새로워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방구석 여행자의 마음에서 동행이 있는 (하지만 여전히 방구석) 여행자의 마음으로 마주하는 공간과 풍경들은 익숙함과 다른 친숙함과 농밀함을 선사합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제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었던 곳이 그 사람의 일부가 되어주기도 하고, 그 사람의 몸의 일부가 되었던 것들이 저에게도 일부가 되어가는 시간 속에서 함께 마주할 풍경들을 어떤 마음으로 담을 것인지, 어떤 프레임으로 편집을 해볼 것인지, 어떻게 액자로 꾸밀 것인지를 생각하는 요즘이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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