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고양이 미용실 1호 커플

자유보다 달콤한 "매이는 행복"에 대하여

by 서초동 김원장



요즘은 결혼한 사람보다
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우리 미용실 고객들 중에도
싱글이 꽤 많다.

한 분 한 분 보면
참 괜찮고 멀쩡한데,
왜 혼자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참한 분들이 많다.

마음 같아서는
날이라도 잡아 다들 짝을 지어드리고 싶을 정도다.

물론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결혼을 기피하는 마음도 이해는 된다.

주변만 둘러봐도
솔로들끼리 자유롭게 여행 다니고
취미를 즐기며 사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결혼을 하면 감당해야 할 책임,
자식 교육비,
노후자금의 압박까지…

그 무게를 생각하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결혼 예찬론자’다.

살아보니 자식을 키우는 일은
끝없는 절제와 희생이 따르지만,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단연 아이를 낳은 일이다.

자식이 주는 기쁨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평범한 김치찌개 하나 놓고
밥 먹으며 나누는 하루의 이야기,

깊은 밤 거실 불을 끄고
숨죽여 함께 보는 영화,

답답할 때 음악 크게 틀고
밤바람 쐬며 한 바퀴 드라이브하고 오는 시간.

아무것도 아닌 말들에
껄걸 웃는 그 사소한 순간들이 참 좋다.

어릴 때는 빨리 커 주길 바랐는데,
이제는 시간이 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아이들의 뒷모습만 봐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건
아마 부모라면 다 비슷할 것이다.

어느 날,
눈여겨보던 여자 고객님이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춘천에서 서울까지
머리를 하러 오시는 공무원분이었다.

외모도 성격도 반듯한 분이
왜 자꾸 인연을 못 만나는지
괜히 마음이 쓰였다.

마흔이라는 나이도
괜히 내 마음에 걸렸다.

그때 문득
비슷한 연령대의 단골 남자 고객님이 떠올랐다.

외모도 성격도 괜찮은 분이었다.

다만
남자분은 종갓집 장손이었고,
여자분은 마흔을 넘긴 상황이라
서로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가볍게 툭 던졌다.

“혼자 식사하지 마시고,
가끔 밥 친구나 술친구라도 하세요.”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시원한 남자분 성격답게
만남도 속전속결이었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청첩장을 받았다.

내 인생 첫 중매 성공.

서초동 고양이 미용실 1호 커플의 탄생이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결혼 소식이 더 반가웠다.

게다가 마흔 넘어 만난 인연은
이란성쌍둥이까지 선물하며
완벽한 가정을 이루었다.

각자 오던 단골이 부부가 되었고,
이제는 넷이 되어 미용실 문을 연다.

미안한 마음에 요즘은 슬쩍 말한다.

“이제 저한테 안 오셔도 돼요.
애들 데리고 여기까지 오기 너무 힘들잖아요.”

진짜 안 오셔도 서운하지 않으니
가까운 곳에 다니시라고 등 떠밀어도,
이분들은 또 그게 아닌가 보다.

나도 아이를 키워봤기에
어린 쌍둥이를 데리고 서울까지 오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이제는 좀 편하게 사셨으면 좋겠는데,
10년이 넘도록 말을 안 듣는다.

가만 보면
우리 고객들은 왜 이렇게
지독하게 내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다.

하하.

그 후로도 몇 차례 주선을 해 보았지만,
인연은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커플이 이별하면
미용실까지 발길을 끊어버리는
뼈아픈 부작용도 겪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사랑의 오지랖’은 떨지 않는다.

처음이 너무 잘 돼서
모든 인연이 쉬운 줄 알았던 내가
순진했던 것이다.

요즘은 가족이라는 틀에 매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결혼을 하면
이 좋은 자유를 온전히 누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내 옆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
내 가족이 제일이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조금 포기해도 좋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
그 모든 게 보상이 된다.

그래서 내 마음은 늘 같다.

결혼은 결국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세상의 모든 싱글들이
이 자유보다 달콤한

‘매이는 행복’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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