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지도 않았으면서
7년간 불면증을 앓았다. 중증으로 심했을 때를 제외하면, 약 먹으면 자는 게 그리 힘들지는 않았지. 근데 왜인지 이번 연휴는 미치게 잠에서 깨고, 다시 잠에 들지 못해 작업을 하고, 해가 뜰 때쯤 다시 두세 시간 잠에 들고 했어. 그러다 보니 뭔가 정신건강이 무너져가는 걸 느꼈어.
연휴에 가족끼리 사람이 많은 아웃렛에 갔어. 미치는 줄 알았어. 광장공포증 이런 느낌보다는 진짜 스트레스와 화 때문에 견디기 힘들었지. 말하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어. 이럴 때를 대비한 귀마개도 깜빡 잊고 갖고 오지 않아서 에어팟을 꼈는데, 에어팟에서 나오는 노래도 힘이 들었어. 평소에는 사람들 소리를 밀어주는 소리가 좋았는데. 그마저도 힘들어서 끼고 노래는 못 틀기도 했어.
나는 정말 사라지고 싶은데 그게 정신에 병이라는 필터로 내 생각을 굴절시킨 거래. 모르겠어. 렌즈삽입술을 하면 그것도 내 눈인 건데. 병에 걸린 나는 병과 함께 나를 구성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사라지고 싶어 하면서 사라지지는 못하는 삶을 지속하는 게 의미가 있나. 의미가 없다면 난 사라질까? 아닐걸. 언젠가 원본파일로 돌아가기를 기다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