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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igram Oct 23. 2024

[Review] 화려한 무대 속 사랑과 사람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내한 공연이 열리는 날이다. 이번 공연은 100년 만의 내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자연스레 기대감도 매우 컸다. 올림픽공원역에 있는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공연했으며, 그날의 올림픽공원은 한 시간을 일찍 도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꽤 많았다.

특이한 점은 규모가 큰 오페라 공연을 체육시설에서 진행한다는 것이다. 오페라 전용 극장이 아닌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의 공연이 이례적으로 다가오기는 했으나, 좌석 수가 약 14,700석이 넘는 큰 규모이므로 관람객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충분했다.

공연장 내부는 거대한 무대와 더불어 양옆에는 자막을 볼 수 있는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관객의 좌석 배치를 고려해 양쪽 모두 자막을 설치했으며, 멀리서 봐도 거대한 무대 장치 및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화려함과 웅장함을 소재로 내세운 만큼 그에 맞는 무대를 완성하고자 노력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화려한 무대 속 음악과 함께 내용이 시작되었다. 공연은 ‘투란도트’ 공주와 ‘칼라프’ 왕자, 왕자의 노예인 ‘류’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공주와 결혼하려는 왕자는 세 가지의 수수께끼를 모두 풀어야 하고 실패할 시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수많은 이가 수수께끼에 도전하였으나 맞추지 못해 죽임을 당한다. 이때 투란도트에게 첫눈에 반한 칼라프 왕자가 그녀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공주가 낸 수수께끼를 모두 풀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란도트는 왕자의 청혼을 거절한다. 이에 왕자는 역으로 제안한다. 동이 트기 전, 자신의 이름을 알아낸다면 자신을 처형해도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결혼을 하자는 것. 칼라프 왕자는 내심 승리를 확신한다.

다급해진 투란도트는 왕자의 노예인 류를 고문해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고자 한다. 그러나 류는 끝까지 그의 이름을 발설하지 않는다. 모진 고문에도 무엇이 너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냐는 투란도트의 물음에 류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과거 칼라프 왕자가 자신에게 보여준 친절을 기억하며 그녀는 끝내 자결을 택한다.

그들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임을 깨달은 투란도트 공주는 비로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되고 왕자와 결혼한다.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랑임을 관객에게 전하며 극을 성대하게 마무리한다.



이번 내한 공연은 거대한 무대 디자인과 화려한 의상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무대 위에는 수백 명의 군중이 자리 잡고 있어 그 거대함이 배가 되었다. 또한, 무대 아래에는 지휘자의 감독하에 여러 악기의 선율이 어우러져 극의 몰입감과 웅장함을 더해주었다. 이번 지휘에는 세계적인 거장인 ‘다니엘 오렌’이 참여해 오페라 애호가들의 기대가 더욱 높았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훌륭했다. 실감 나는 상황묘사와 함께 높은 성량으로 수많은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 특히 류가 왕자를 위해 죽음을 선택하며 자결할 때의 모습은 그 극이 절정으로 치달으며 한순간에 모두를 집중하게 했다.

오페라의 명성에 걸맞게 무대를 압도하는 성량을 보여준 배우의 열연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아 현실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들을 아름다운 선율과 화려한 무대를 통해 형상화 했다는 점이다.

왕자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노예인 류가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지켜낸 그의 이름은, 또다른 누군가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것으로 변화한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연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서로의 희생과 인내를 통해 변화하는 새로운 자신을 마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오랜 시간 전통을 지켜온 오페라 극이 꾸준히 피력해 온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결국 사랑이란 한 사람을 넘어 주변과 세상을 연결하는 단단함을 갖는다.

공연이 끝나고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저마다 생각하고 느낀 것들은 다르겠지만 결국 이들이 깨달은 것은 주변의 소중함과 그들을 통해 나아갔던 자신일 것이다. 오늘의 공연이 사람과 사람을 넘어서 이들 주변과 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희로애락을 사랑을 통해 꿋꿋이 극복해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https://www.artinsight.co.kr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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