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억과 감정의 연결

트롯열차 피카디리역

by epigram



우연히 발견한 유튜브 속 숏폼에서 나오는 예전 노래나 가수의 영상을 보면 그때의 추억에 젖어 들곤 한다. 이 노래가 벌써 십 년도 더 되었다고? 이때 이 사람들의 나이가 이렇게 어렸다고? 라는 댓글을 읽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되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의 영상을 보며 그 시절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뭉클해지기도 한다. 그 시절이 마냥 좋기만 하지도 않았을 텐데 시간이 흘러 기억은 미화되어 현실보다 아름답게 포장되기도 한다. 이처럼 기억과 감정의 연결은 우리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자극이다.


공연 <트롯열차 피카디리역>은 이러한 연결을 시각화하여 관객을 찾아간다. 아날로그 감성을 비롯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여행을 꿈꾸게 하여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트롯열차 피카디리역>은 기쁨, 슬픔, 사랑, 즐거움이라는 네 개의 역에 정차하며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삶을 함께했던 이들과 지난 역사의 감정을 나눠보는 시간이다. 사회의 여러 이슈부터 시작하여 당대를 살았던 이들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간의 연결, 그 시절의 향수를 여러 트로트 곡 및 대중성 있는 노래와 함께 연결해 나간다. 열차 안을 배경으로 한 만큼, 열차장과 승무원, 열차크루 등의 지위를 설정하여 공연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공연이 진행되는 공간인 “CGV 피카디리1958”은 여러 상가와 금은방 등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옛 서울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서울의 이미지와는 달리, 골목골목 작은 가게와 더불어 여러 포차거리들이 늘어서 있다. 공연장까지 오는 길은 이곳에 걸음하는 이들에게 지난 서울의 활기를 떠올리는 추억의 거리로 자리매김한다.


공연장 역시 복고풍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내부는 기존 영화관의 개념을 확장한 스크린과 아날로그 형태의 무대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스크린 속에는 열차의 도착역을 설명해주는 안내방송과 이미지가, 무대에는 배우와 가수가 직접 등장하여 노래와 연기를 하며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보편적인 영화관을 새롭게 재해석하여 무대를 선보이는 만큼 공간 역시 신선하게 다가왔다.



공연은 익숙한 트로트 곡을 비롯해 유명한 곡들을 선보인다. 장윤정의 ‘어머나’, 남진의 ‘임과 함께’, HOT의 ‘캔디’ 등 가사 전체를 알지는 못해도 후렴구만큼은 익숙한 곡들이 흘러나왔다. 이런 노래들과 함께 자라난 세대는 아니지만, 노래가 나왔을 때 함께 흥을 돋우며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세대를 아우르는 기억과 추억을 증명한다.


어릴 때 티비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곡들을 주워들은 경험이 바탕이 되었을 수도, 부모님이 좋아하시던 가수나 노래를 함께 들으며 따스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봤기도 했기에 그랬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괜히 익숙한 노래들을 들으며 단지 시대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정겨운 마음과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특히 이런 트로트 노래들은 어릴 때 여러 매장에 들어가면 언제나 흘러나오는 노래 중 하나이기도 했기에 그때의 기억이 더욱 강하게 남았다. 어릴 때야 아무 생각 없이 들었던 노래지만, 그 시절에 배경음악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은 무의식 속에서도 마음 한켠에 저장된 기억을 꺼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나 보다.



<트롯열차 피카디리역>은 관객 참여형 공연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더욱 고조시켰다. 관객의 사연을 직접 읽고 배우와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사은품을 증정하기도 하는 시간은 관객과 배우 사이의 거리를 허물었다는 점에서 기존 뮤지컬 공연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무엇보다 이 공연에는 중장년층 세대가 많이 참여하여 공연을 즐겼는데, 젊은 세대보다 월등히 많은 이들 세대가 지난 세월을 얼마나 그리워하고 추억하기를 원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 시대의 곡을 전부 알았던 건 아니고 평소 트로트에 많은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지만, 노래 속에 담긴 감정은 시대를 초월하는 언어라는 생각이 깊이 있게 다가온다. 사람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 즐거움, 분노 등의 감정은 몇백 년이 흘러도 같은 본질을 지니고 있기에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도 이질감이 들지 않는 것 같다. 시대는 달라도 마음만은 같았다는 공통점이 예술로 표현되며 세대를 아우르는 정서로 들어서게 되었다. 어떤 노래라도 사람의 감정을 담아내면 추억이 되는 것처럼, 지금 유행하는 노래 역시 시간이 지나서 지난 세대와 현세대를 아우르는 연결고리로 작용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https://www.artinsight.co.kr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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