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상처를 치유하는 용기

뮤지컬 르 마스크

by epigram


절망에 빠진 이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온기를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 한 명 챙기기에도 바쁜 세상 속에서는 더욱 그럴뿐더러 의도와는 다르게 마음이 왜곡되거나 오해받을 수 있기에 몸을 사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신념대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일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뮤지컬 <르 마스크>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 간의 배려와 따뜻함이 사람과 삶에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를 몸소 느끼게 한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평화로운 마을에 갑자기 닥친 전쟁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며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그중 극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인 ‘프레데릭’은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깊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삶의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트라우마 속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그는 상처 입은 군인들의 얼굴을 위해 실제와 비슷한 가면을 만들어 주는 ‘초상 가면 스튜디오’를 알게 되고, 마지막 희망을 향해 발을 들여놓는다.

그곳에서 만난 ‘레오니’는 프레데릭의 삶에 용기와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주는 인물이다. 레오니 역시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여성으로, 몸이 온전하지 않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그런 그녀는 프레데릭의 가면을 직접 만들 기회를 얻게 되고,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며 가면의 완성을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뮤지컬 <르 마스크>는 잔잔하고 평온하며 이상적이다. 불행과 절망으로 점철된 상대의 마음에 천천히 하지만 깊이 있게 공감하는 자세로 다가서는 레오니와 그에게 서서히 마음을 여는 프레데릭의 관계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건, 누군가에게 다정함을 주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정한 무언가를 보여주었을 때 돌아오는 상대의 반응을 살피게 되고 그것에 위축되고 실망하게 되는 일도 빈번한 세상에서 꾸준하게 웃음을 주는 일은 꽤 이상적이라고 느껴질 만하다.


레오니가 프레데릭에게 섬세하게 다가가는 건, 그녀가 가면을 제작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가면은 상처 입은 얼굴을 가리고 그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목적이 아닌, 최대한 상대의 얼굴과 비슷한 모습을 본뜨는데 목적을 지닌다. 상흔의 일부분을 감싸줌으로써 그 개성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마음은 관객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만든다.



여러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두 주인공은 서로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데 성공한다. 프레데릭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람들 앞에 서게 되었고, 레오니는 불편한 다리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프레데릭이 얼굴의 상처를 완전히 치료하고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서거나 레오니의 다리가 다 나아서 정상적으로 걷게 된다는 그런 환상적인 결말이 아니기에 극은 더욱 몰입감을 높였다. 상처와 절망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은 결함이 생긴 신체 일부분을 깨끗이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해주고 삶의 의지를 회복시켜주고자 하는 한 사람만으로도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불완전한 누군가에게 차별과 편견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쉽지만, 그들을 위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일을 어렵다. 무엇이 필요한지 자세하게 신경 써야 하고 상처 입은 그들의 마음까지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혹여 도움을 주고자 보낸 관심이 또 다른 상처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다가가기에도 늘 조심스럽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르 마스크>는 희망을 논함과 동시에 용기를 표현하는 극이기도 하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거대한 존재에게 맞서 싸우는 영웅의 모습이 용기의 형상이라면, 오히려 그 단어는 단순하고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려움을 느껴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품고 누군가에게 지속적으로 웃어주며 베푸는 마음이 용기라면, 그 용기를 꾸준히 실천하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뉴스에 나올 정도로 용감한 의인의 사연도 세상을 밝히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지만, 이름조차 불리지 않는 작은 용기일지라도 차별과 편견 없이 다정함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장 자주 마주하고 믿어야 할 용기의 형상화일 것이다.


https://www.artinsight.co.kr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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