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끝

최 씨 일가

by 최희순

순자가 홀로 자리를 잡고 어느 정도 살아갈 때쯤 윤기의 조카 동형이 내려왔다.

숱하게 사고도 치고 연락도 잘 안되더니 별안간 순자의 집에 내려와 머쓱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작은어머니, 잘 지내셨죠?"

"그래. 너는 요새 어디서 지냈니?"

"그냥 친구집에서 지냈어요."

마주 앉은 방 안에서 순자가 묻는 안부가 불편했던지 고개를 숙이고 애꿎은 손가락을 잡아 비틀며 동형이 말했다.

"웬일로 여길 다 와보니? 난 너희 작은 아버지 죽고 나서 다들 연락 끊은 줄 알았다."

"그... 냥 잘 지내시나 보러 왔어요.... 할머니도 계시고... 오! 태영이 많이 컸구나"

얼른 말을 돌리는 게 뭐가 일이 있는데 왔구나 싶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고 서울에 간다며 갑자기 집을 나섰다. 동형의 배웅을 마치고 돌아온 순자는 화장대에 올려뒀던 금팔찌가 없어진 걸 알았다. 동형은 그렇게 팔찌와 함께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허... 작은 아버지 죽고 혼자 사는 나를 털어? 개만도 못한 새끼..."

순자는 화가 났다.

"갸가 그럴 애가 아닌데 대훈이 엄마 네가 잘못 알았겠지!"

동형을 감싸는 시어머니도 못마땅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여? 어무니? 벌써 몇 번짼데 하안동 살 때도 그렇게 속을 썩이더구먼은, 이렇게 저를 거둬준 사람 뒤통수를 치는 게 말이 돼요?"

시어머니는 순자의 말에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며칠을 말을 안 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막내아들 진기의 집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어머니! 그러지 말고 나랑 살게, 도련님네 식구도 많고 거기 가봤자요. 내가 몰라? 도련님이 어떤지?"

"진기가 어디가 어때서 그러냐? 난 그래도 내 아들과 살란다."

"어무니, 나 볼일 보러 나가면 태영이 혼자 집에 있는데 어무니가 있으면 쪼까 안 낫것소. 나랑 삽시다 그냥."

"싫다. 나는 내 아들 진기네로 갈란다."

시어머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보따리를 싸서 막내아들의 집으로 가버렸다.

뉴스에 보도되었던 연쇄살인 사건의 중심지였던 지역이어서 순자는 태영을 혼자 두는 게 늘 짠하고 걱정스러웠다. 시어머니가 떠난 뒤 컴컴한 밤에 밖에서 개 짖는 소리라도 나면 둘이 덜덜 떨며 화장실 덧문으로 몰래 바깥을 내다보았다. 누가 올까 봐 두려운 밤이었다.








얼마 후 진기는 시어머니와 함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순자와 진기를 아는 동네 사람들이 알음알음 어디선가 소식을 물어다 주었다.

몇 년 후 시어머니는 요양원에 보내졌다가 돌아가셨다.

순자는 자신과 윤기의 자식들을 버리고 가버린 시어머니가 서운하고 미웠지만 장례식장에 대훈이와 명훈이를 보냈다.

"밉지만 우리 할 도리는 해야 하는 것이여. 가서 인사만 하고 와..."

두 아들은 그곳에서 도둑질하고 달아난 동형이와 동진이 그리고 소식이 끊긴 은이까지 모두 마주쳤다.

"대훈이 오랜만이다 야!"

"그러게, 명훈이도 이제 몰라보겠네!"

조문을 하고 나오는데 동진이와 은이가 반갑다며 말을 걸었다. 대훈과 명훈은 가만히 노려보고 말도 섞지 않고 그대로 나왔다.

다녀온 이야기를 듣고는 순자가 말했다.

"걔들이 거길 다 왔어? 우리하고만 연락 끊은 거였구나... 그래서? 어찌 살았나 물어보고 오지, 그냥 왔어?"

"쓰레기 같은 것들하고 뭐 하러 말을 섞어요. 엄마. 할머니한테도 안 가려다가 간 건데 그거면 됐지!"

"지들이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데 아는 척을 해? 양심도 없는 것들."

두 아들이 억울한 순자의 마음을 대신 내질러주었다.



시어머니의 죽음을 끝으로 최 씨 일가와는 인연이 끝이 났다. 순자는 마음 한구석에 두었던 섭섭함과 그들보다 죽기 살기로 잘 살겠다는 오기로 똘똘 뭉쳐졌던 응어리를 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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