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1)

대훈

by 최희순

몇 년 후 체대를 다니던 대훈이 입대를 했다.

입대하기 전 대훈이는 만화 지망생 세경이란 여자친구가 있었다. 입대하는 곳까지 함께 가기도 했고 대훈이를 살뜰히 잘 챙겨주는 모습에 순자는 군생활이 끝나면 결혼시켜야겠구나 생각했다. 세경의 부친 역시 대훈을 마음에 쏙 들어했다.

입대 후 백일이 지나서 첫 면회를 갔다. 대훈은 순자와 함께 올 줄 알았던 세경이가 보이지 않자 물었다.

"엄마, 세경이는 왜 안 데리고 왔어?"

"어... 어... 세경이 집에 일이 있다더라..."

의아해하는 대훈이 더 캐물을 세라 순자는 서둘러 싸간 음식을 먹이며 말을 돌렸다.

사실 대훈이 군에 간 동안에 세경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 연락도 없고 함께 면회 가려고 전화를 몇 번을 해도 받지 않자 이를 눈치챈 순자는 대훈이가 혹시라도 탈영을 할까 봐 일부러 말해주지 않았다.

얼마 후 첫 휴가를 나온 대훈은 연락이 되지 않는 근거리에 살던 세경을 찾아갔다. 세경의 아버지는 대훈을 보고 딸이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렸으며 어디에 사는 누구라는 것까지 세세히 일러주었다.

대훈은 눈이 뒤집혔다. 대훈도 알던 남자였다. 눈에서 불이 나고 머리가 솟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화가 치밀고 약이 올라서 한 걸음에 세경의 아버지가 알려준 그 남자의 집으로 달려갔다.

막무가내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남자가 문을 열자 냅다 달려들었다. 안에서 속옷차림으로 달려 나온 세경이 말리자 세경의 뺨도 후려쳤다. 정신없이 두 남녀를 구타하고 돌아서서 나왔다. 성질을 참지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나자 두려움이 몰려왔다. 불쑥 겁이 나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온 대훈에게 밥상을 차려주고는 밥 한술 뜨는 걸 보고 있으려니 모르는 중년의 남자 두 명이 집 앞마당으로 들어섰다. 그중 한 사람이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펼쳐 보여주며 말했다.

"경찰입니다."

"경찰...? 경찰이 왜 왔데요?"

놀란 순자 옆에 있던 대훈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체념한 듯 일어서며 말했다.

"내가 가면 되죠?"

"응? 가다니? 네가 왜 경찰이랑 가?"

"최대훈 씨가 사람을 때려서 두 명이 지금 병원에 입원을 했습니다. 신고받고 왔으니 일단 경찰서로 같이 가시죠"

대훈이 군화를 신자 경찰은 대훈의 양팔을 잡고 타고 온 차로 데려가 태워놓고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따라 나온 순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오산 경찰서로 갈 겁니다."



순자는 돌아서서 집으로 달려들어가 지갑을 챙기고 옷을 주워 입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전화번호를 눌러 택시를 불렀다. 서둘러 오산 경찰서로 향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 대훈을 볼 수는 없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경찰이 아들을 데려갔다는 게 너무 무서워서 누굴 붙들고 물어보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불안함과 초조함을 견디며 몇 시간을 서성이다가 순철에게 전화를 했다.

"순철아.. 어쩌면 좋으냐... 대훈이가 사람을 때려서 경찰들이 잡아갔는데 경찰서에 와도 보이지가 않아."

"누나! 그게 뭔 말이여? 걔가 사람을 왜 패?"

순자가 덜덜 떨며 세경의 일을 설명하자 순철은 일어서며 말했다.

"내가 지금 리로 갈게. 누나 거기서 기다려!"

순철은 액셀레이터를 정신없이 밟았다. 누나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 걸 듣고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순찰대에 걸려 딱지를 떼었으나 속도를 줄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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