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by 최희순

대훈이 수감되어 있는 포천으로 면회를 갔다. 하루에 한 번 한 명만 면회가 가능했다. 순자는 먹을 거라도 사서 들여보내주려 했으나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라고는 하나도 없는 시골 한복판에 있는 곳이었다.

면회실에서 앉아 아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잠시 후 군인들이 포승줄에 묶인 채 수갑이 채워진 대훈을 데리고 왔다. 며칠 사이 아들의 얼굴이 핼쑥했다. 휴가 나왔을 때 밝게 웃으며 경례하던 그 아들이 맞나 싶었다. 면회가 시작되었으나 면회실 안쪽에 군인 두 명이 총을 들고 지키고 서 있었다. 순자는 무서운 분위기에 눌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 해져서 너덜너덜한 군복을 입고 묶여 있는 아들 얼굴만 쳐다보고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대훈도 엄마의 얼굴을 보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 참았어야 했다는 후회와 이런 일로 또 한 번 엄마의 가슴에 구멍을 낸 것이 미안해서 고개도 제대로 들지를 못했다.

한참을 마주 앉아 울다가 순자가 입을 뗐다.

"너는... 왜 이렇게 엄마 속을 썩이냐.... 응? 왜 이렇게 네 멋대로 행동해서 일을 이렇게 만들어?"

"........... "

대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몇 마디 말도 나누지도 못했는데 면회시간이 끝났다고 군인들이 들어왔다.

대훈은 일어나기 전에 순자 얼굴을 다시 보고는 차마 떨어지지 않았던 입을 뗐다.

"엄... 엄마... 죄송해요...."

순자는 대꾸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에 또 자식에 대한 미움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안타깝고 애만 탈뿐이었다.

그렇게 면회를 끝내고 포천에서 다시 화성으로 내려오는 길에서 순자는 아들에게 음료수 하나도 못 먹인 게 목구멍에 가시가 박힌 듯 가슴에 돌덩이 하나 얹은 듯했다. 아무것도 못해주고 못 먹여 들여보낸 게 또 내내 미안했다.






대훈을 빼내려고 순자는 김병석을 붙들고 사정을 했다. 혹시라도 호적에 빨간 줄이라도 생길세라 아들을 영창에서 빨리 빼내는 방법으로 김병석에게 여러 번 식사를 대접했다.

하루는 김병석이 만나자 해서 나갔다. 그는 순자에게 대훈을 빼내는 비용으로 현찰 800만 원을 요구했다.

"그 여자친구라는 여자에게 탄원서 받으려면 돈도 좀 쥐어줘야 하고 경찰들한테도 좀 줘야 일이 풀리니까 현찰로 준비해 줘요. 수표도 안됩니다."

순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에서 급전을 빌려 만나기로 한 다방으로 돈다발을 들고나갔다.

다방에서 돈봉투를 슬쩍 열어 확인한 김병석은 곧 연락 주겠다며 금방 나올 거라며 자리를 떴다.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언제쯤 나오려는지 애가 타서 죽을 것 같이 연락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김병석이 수원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이제 됐나 보다 하고 털보내외와 함께 약속장소로 간 순자는 기함했다. 김병석은 가족을 모두 데리고 나와 한우 갈빗집에서 소고기를 먹으며 순자와 의논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순자는 고기가 입에 들어가질 않았다. 주머니에 든 30만 원으로는 택도 없었다. 일곱 명이 소갈비를 먹고 있는데 주머니 사정이 마음에 걸려 넘어갈 리가 있겠는가. 옆자리에 있던 털보를 슬쩍 불러내었다.

"아니... 내가 30만 원 밖에 안 들고 나왔는데 아무래도 밥값이 모자라것네... 돈 좀 있으면 빌려줘요."

털보도 눈치가 있었는지 주머니에 있던 돈을 모두 털어 순자에게 빌려주었다.

식사자리에서는 크게 중요한 대화는 오가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고 일어서자 김병석은 노래방에 가야겠다며 같이 가자했다. 그제야 순자는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애는 언제쯤 나올까요?"

"아... 거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겁니다. 이런 일은 그렇게 쉽게 되지 않으니 보채지 말고 기다려요."

노래방에서 통닭과 맥주로 입가심을 한 김병석은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며 말했다. 애가 타는 순자는 주머니만 털린 채 집으로 돌아왔다.







영창에 수감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어서 대훈이 풀려났다며 전화가 왔다.

"엄마... 저 나왔어요."

"어? 그래! 잘되었구나. 아휴... 대훈아... 정신 좀 차려라... 내가 피가 말라 못살겠다. 엄마가 너 빼낼라고 얼마나 애썼는지 아니?"

"영창 다 살고 나왔는데 뭘 빼내요?"

"너 빨리 빼낼라고 돈을 800만 원이나 주고 여기저기 갖다 준 돈이 겁나게 들었어. 제발 사고 좀 치지 말고 잘 있다가 나와. 응?"

대훈이 돈 800만 원 소리에 버럭 화를 냈다.

"그냥 살게 놔두지 돈을 왜 들여요! 그렇게 돈을 많이 들여서 나를 왜 빼내요!"

대훈은 마음과 다르게 엄마가 돈을 써서 나왔다는 소리에 버럭 성질부터 내버렸다.

애쓴 보람도 없이 아들에게 쓴소리를 듣자 순자는 뒤로 넘어갈 것처럼 머리가 멍해지고 눈앞이 하얘졌다.


대훈은 대훈대로 제 잘못의 죗값을 치렀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에게 짐을 지워주고 나왔다니 분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큰돈 들이지 않아도 되는데 엄마가 얼마나 애썼는지 보다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했다고 생각했다.

순자는 순자대로 애쓴 엄마에게 버럭 하는 아들이 마냥 서운했다.

'엄마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이 한마디면 되는데 대뜸 성질부터 내는 큰아들이 서운했다. 그동안 마음 졸이며 발로 뛰어다닌 그 수고로움이 모두 허사가 돼버린 것 같아 마음이 착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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