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2)

by 최희순

순철에게 전화를 한 얼마 후 순자는 멀리서 사이렌 소리를 내며 경찰서 앞으로 들어오는 헌병 차량을 보았다.

혹시나 싶어 그 앞을 서성이던 순자는 잠시 후 헌병에게 끌려 나오는 대훈을 보았다. 다급히 다가서며 헌병의 팔을 잡고는 물었다.

"얘를 어디로 데려가나요? 여기서 조사받는 거 아니여요?"

헌병은 대훈을 차에 태운 후 순자에게 말했다.

"저기 멀리 있는 바닷가 근처로 데려갈 겁니다."

"바.. 바닷가요? 바닷가 어디로 가는데요? 네? 말씀 좀 해주세요!"

헌병은 순자에게 한마디만 던져놓고 차를 타고 떠나버렸다. 순자는 어쩔 줄 몰라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어디로 가는지도 따라가지도 못하니 답답할 뿐이었다. 한참을 주저앉아있다가 가장자리 도로 연석 위로 기어가듯이 자리를 옮겨 앉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눈물이 솟구쳤다. 헌병에게 끌려 나올 때 대훈은 얼굴을 똑바로 들지도 못한 채 엄마만 슬쩍 보고 말 한마디 못 건네고 차에 떠밀려 태워졌다. 안쓰럽기도 하고 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안 쉬어졌다. 이노무 자식이 이러려고 운동을 배웠나 하는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한참을 망연자실한 채 넋을 놓고 앉아있다가 장사할 물건을 그래로 실은 채 경찰서로 급히 들어오는 순철의 트럭이 보였다. 이미 대훈이 다른 곳으로 옮겨진 것을 안 순철은 누나부터 진정시키려고 경찰서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 뽑아다 건네주었다.

"자... 이거 먹고 집으로 가게. 여기 있으면 뭐덜거여. 일단 집으로 가..."

순철도 답답하고 사고 친 조카의 걱정에 입안이 썼다.








순철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순자는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애를 찾으려면 어찌해야 할지 어디 가야 만날 수 있는지 휴가 나와서 문제를 일으켰으니 잡혀가 뚜드려 맞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만 생각에 사로잡혀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새벽이 되어서야 털보가 여기저기 인맥이 있으니 혹시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서둘러 정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화야... 혹시 진희아빠가 경찰서에 아는 사람 있어?"

"경찰서요? 경찰서는 왜요?"

"아니... 저.. 아는 사람 아들이 잘못한 게 있어서 헌병대에 끌려갔는데 혹시 줄이 좀 닿을까 해서..."

아들이 사람을 때려서 잡혀갔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일단 둘러대었다.

옆에서 통화내용을 듣고 있던 털보가 말했다.

"왜 그래? 뭐 때문에? 어? "

정화가 몇 마디 일러주자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며 수화기를 넘겨받으며 말했다.

"누군데? 어? 아는 사람 아들이 누군데에?"

"아니.. 그... 대.. 대훈이가 이러저러한 일로 지 여자친구랑 바람난 놈을 두들겨 팼데. 어제 오산 경찰서로 끌려갔다가 헌병이 저녁때 데리고 어디로 가버렸는데 어딘지를 알려주지를 않아서... 혹시 줄이 닿는 데가 있어?"

"헌병 주임상사 아는 사람이 있는데... 일단 우리 집으로 와서 얘기하게 일단 와!"


서둘러 전화를 끊고 털보의 집으로 달려간 순자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털보가 핀잔을 주었다.

"아니 그럼 어제 전화를 했어야 애를 빼내든 어찌하던 했을 거 아냐! 밤새 뭐 하고 인제 전화했어? 헌병에 넘어가면 빼내기도 힘든데 엊저녁에 전화를 했어야지!"

순자는 너무 당황해서 아무 생각이 안 났노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조금이라도 도와주려고 이리저리 연락을 하면서도 게 말했다며 성질을 내는 털보가 고맙기만 했다.


몇 시간 후 털보가 아는 사람이라던 헌병주임상사 김병석이 털보의 집으로 왔다. 덩치가 좀 있고 눈매가 매서운 인상이었다. 그는 순자와 털보 내외와 마주 앉은자리에서 자초지종을 듣더니 말했다.

"이거는.... 폭력이기도 하지만 운동을 한 사람이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거라서 죄질이 좀 나쁩니다. 일반인도 아닌 군인이 그랬으니 영창 가겠는데요. 일단은 피해자인 여자와 만나서 탄원서도 좀 받아야 하고 좀 어렵네요."

"그럼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알아봐 줄 수 있어요? 무작정 바닷가로만 데려간다고 하고 애를 차에 태워갔는데 도무지 어딘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제가 지금 일단 돌아가서 부대랑 오산경찰서로 연락을 좀 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네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탁 좀 드릴게요."


김병석은 몇 시간 후 대훈이 수원 헌병대에 인계되어 수원 어딘가에 있다고 연락을 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헌병대에서는 조사가 일단락되자 소속부대로 복귀켰다. 대훈은 포천에 있는 부대에 소속이 되어 있었기에 포천의 영창에 이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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