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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준 Apr 11. 2024

실패가 더 고마웠다.

면접 탈락 회고

3월 18일에 무급으로 열심히 일하던 쇼핑몰에서 나오게 됐다. 

이유는 '안 맞아서' 사실 일하는 초반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당연히 나도 느꼈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 배워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더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험은 내가 더 많은 편인건 사실이었다.

근데 한 6개월 해보니 나는 정말 시도한 것도 많았고 배운 것도 많았었다.

이런 학습들을 같이 공유하면서 서로 피드백을 주며 성장하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 소통이 단절됨을 느꼈다.

단톡방에서 나 혼자만 떠들고 있을 때 크게 느꼈던 것 같다.

이것도 사람 성향이겠거니 하고 나는 그냥 내 할 일 더 잘하자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2월 말부터 광고 성과가 안 나오기 시작하더니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같이 찾고 싶었다. 왜냐면 광고는 2월부터 실험을 시작하면서 오히려 성과가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환 값으론 그래 보였다.

근데 여기서부터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광고가 안 되는 건 너 탓이야라고 말은 안 했지만 나를 의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의심을 하고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광고 데이터를 다 뽑아서 주고 모든 퍼널의 전환율을 봐도 크게 떨어진 건 없는데 '구매'만 떨어지고 있었다.

매출이 떨어지기 한 3주 차쯤 되니까 광고 운영에도 간섭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주 수정하면서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그렇게 해보고 싶다고 하니 그렇게 했다.


나는 문제를 회의를 통해서 같이 찾아보려 했지만 제품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지금이 시즌오프기간이라 경쟁사에게 밀려서 매출이 떨어지는가 싶어 그전에 하면 잘되면 프로모션을 하나 기획하자고 말했지만 그렇겐 성장할 순 없을 것 같다고 말했고 무엇보다 회의를 하기 싫어하는 눈치였다.

그리곤 내가 기존의 하던 방식대로 광고 운영을 롤백하고 싶다.라고 말했고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리곤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전화로 말했다.

같이 일하던 사람은 올해로 딱 10년 지기 친구였다.


그렇게 일을 그만하게 됐고 상처가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오히려 마음이 가볍고 편했다. 

어떻게든 성장시켜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내려가고 팀의 싱크도 안되니까 진짜 밥도 안 넘어가더라 3년 가까이 만난 여자친구랑 헤어질 때도 밥도 아주 잘 먹었었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고 나서 가볍던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안 그래도 취업이 안되던 게 이젠 일도 안 하고 있으니 정말 쌩백수가 돼버린 거 같아서 뭘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고민이 많아서 일단 온라인 웨비나 신청했던 게 있어서 그거부터 듣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전화가 걸려온다.

직무전환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었다.

이름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회사이기에 당연히 면접을 가서 보고 싶었다.

늘 기회가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항상 문이 닫히고 나면 창문이 열린다. 그리고 이젠 자신이 있었다. 왜냐면 나는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도 운이 좋게 규모가 있는 스타트업면접을 볼 기회가 있었고 그땐 떨어졌지만 이번엔 잘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일도 안 하고 있고 면접까진 2주라는 시간이 남았었다. 그래서 2주 동안은 면접에만 몰입해 보기로 했다.

왜냐면 그전엔 일도 병행하느라 안 되는 것도 있는 것 같고 기회는 여러 번 있었는데 항상 면접 가서 떨어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주 동안 정말 후회 없이 준비했다. 기업에 관한 책도 2권읽고 유튜브에 있는 모든 영상을 수차례 봤다.

그리고 무엇보단 어떻게 나를 어필할까를 준비하고 물어볼만한 연관 있는 경험들을 나름 잘 준비했고 연습도 많이 했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고 기존의 면접 회고에서 나왔던 질문과 스스로 한 피드백을 가지고 모든 질문을 그 기업이 원하는 입맛대로 준비했다. (규모가 큰 기업이라 후기도 많아서 준비하는 게 좋긴 하더라)


그렇게 면접날이 돼서 면접을 봤다. 반은 준비했던 것들로 대답이 가능한 질문들이었고 반은 질문이 엄청 길어서 수차례 되물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일부러 그렇게 준 것 같기도 하다 

면접 10분 전에는 너무 떨려서 거의 혼잣말하면서 주문을 외우듯이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간절하지 않으려 했지만 정말 합격이 간절했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또 탈락


답을 기다리는 3일 내내 반신반의했다 떨어졌다면 질문 계속 되물었던 것 때문 일 것 같기도 하고 합격을 한다면 이전의 성과를 냈던 경험일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 결과는 안 나와서 설렘이 있었는데 탈락메일을 받았다. 나는 분명 비슷한 면접을 이미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이번엔 되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도 안되더라


근데 그래서 오히려 고마웠다. 탈락시켜 줘서

나는 아직 그 정도 규모에서 일하기엔 안된다는 걸 알았다. 근데 역량을 중심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문화랑 안 맞는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렇다. 1%의 미련도 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아마 나는 또 봐도 또 떨어졌을 것 같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근데 또 고민이 그럼 다음은 또 어딜 넣어보지? 채용공고가 넣을 수 있는 곳이 딱 4군데 정도 남았었다. 

탈락메일 받고 다음날 서류내고 다다음날 연락이 와서 또 면접이 잡혔다. 서류는 2곳 넣었는데 한 곳은 정성스러운 탈락 메일이 왔다. 이것도 익숙하다 패턴이 약간 있는데 약간 일 잘해 보이는 기업이면 탈락메일도 정성스럽게 준다. 근데 내 이력서랑 포폴이 정성이 좀 많이 들어가긴 했다.ㅎ 

어쨌든 내일 면접을 가고 이번엔 간절함을 없애고 보려고 한다. 준비를 잘하면 합격 확률이 올라가는 것은 맞지만 내 경험상 어차피 될 놈은 면접 못 봐도 붙고 안될 놈은 잘 봐도 떨어진다.

왠지 합격할 것 같은 느낌조차 생각 안 하려고 한다.

이것도 떨어지면 정말 넣을 곳이 아예 없지만 정 안 되면 혼자서 사업으로 돈을 벌면서 좀 더 기다려 보던가 해야지


그래도 실패를 줬던 과거들이 고마웠다. 덕분에 안되면 빨리 포기하는 게 나처럼 고집 있고 포기라는 걸 싫어하는 사람에겐 필요하다는 교훈도 얻었다. 어쨌든 나는 그간 실패를 레버리지로 다음에 더 큰 성공을 만들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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