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회고

올바른 길 찾는 중

by 김학준

작년 5월에 입사했으니까 이제 일한 지 한 9개월 정도 됐다. 입사 초반에도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큰 광고주가 나가면서 팀의 매출이 급격하게 빠지게 됐고 그 결과 나 포함 2명이 다른 팀으로 이동하게 됐다. 이전 팀에선 사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광고주를 맡게 되면서 성과에 대한 이야기보단 일을 실수 없이 잘 처리했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런데 솔직히 일 잘 못했다. 워낙 의심이 많은 성격이고 왜? 그런 건지에 대한 설명 없이 맹목적으로 무언갈 하는 게 참 어렵더라 그렇다고 팀에서 잘 안 알려준 건 아니다. 충분히 알려줬고 그냥 내가 못했다.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으니 지지 쳐라(나가라)라는 말도 들었었다. 말을 세게 했다고 해서 나랑 관계가 나쁜 건 아니다. 지금도 엄청 잘 지낸다.


남 일을 하는 게 참 어렵더라 난 그 고객(광고주)의 제품을 잘 모르고 고객(광고주)은 마케팅을 잘 모른다. 사실 알면 남에게 일을 맡길 필요가 없겠지만 그리고 남에게 일을 줄 땐 다들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준다. 뭐 대행업무를 보는 사람의 시간적 여유나 ROI는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매체사한테 주는 업무 지시도 그렇더라 갑질은 돌고 돈다.


뭐 실수 많이 하고 이런 건 이전에도 느꼈지만 이젠 별로 신경 안 쓴다. 최대한 꼼꼼하게 문서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그걸 완벽하게 고쳐내야지라는 생각 이젠 버렸다. 나의 강점을 개발하는데 더 집중할 생각이다.


뭐 이전까지는 이랬는데 팀 이동을 하고서도 문제가 여전하다

이전 팀부터 지금까지 항상 나는 데이터 때문에 고생했다. 데이터를 잘 몰라서? 아니 난 따로 혼자 통계학을 공부할 정도로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근데 실무에서 문제는 데이터의 양과 관리하는 방법을 못해서 분석에 어려움을 겪는 거다.

매일 광고주에게 나가는 데일리 리포트가 RAW데이터만 넣으면 일자별로 쫙 펼쳐지게 돼있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원래 그렇게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휴먼에러가 거의 밥먹듯이 일어났다. 광고 매체가 많은 업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이 문제가 팀 이동을 하고서도 지속되니까 하나하나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매체의 개수와 휴멘에러 발생의 빈도가 선형적으로 늘어난다면 이건 구조적으로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그냥 네가 못해서 그런 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지만 맞다 나 못한다 난 손으로 막일을 하는 일에 휴먼에러 없이 완벽하게 처리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난 구조를 바꿔버리려고 했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게 사이드잡에서 비용 정산하면서 구조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다.

난 회사에서 배운 대로 sumifs수식으로 모든 걸 집계하고 있었고 그렇게 해서 대시보드처럼 만들었었다.

근데 문제는 별로 많지 않은 데이터의 양 가지고도 서로 집계한 데이터가 맞지가 않는 것이다.
문제를 알아보니 팀원은 피벗테이블을 돌렸고 나는 수식으로 해결을 하려 했다.


처음엔 왜 이렇게 일하냐 해서 난 회사에서 배운 대로 한 거야 우리 회사에선 이렇게 일해라고 하면서 대시보드를 잠깐 보여줬었다. 잠깐 쓱 보더니 종이에 이 구조에 대해서 설명해 줬다. 결론은 굳이 수식으로 잡아서 휴먼에러를 내지 않아도 되는 영역인데 실수를 만들어 내고 있던 것 그 구조를 보니 불현듯이 맨날 RAW데이터와 대시보드가 맞는지 더블체크를 하던 악몽 같던 날들이 떠오른다. 시트가 한 20개가 넘고 반복되는 칼럼도 엄청 많다. 그 소린 즉슨 날짜든 업체든 바뀔 때마다 반복작업을 엄청나게 했었다. 근데 누군가 그렇게 해도 잘했었다.(난 정말 그런 분들이 존경스럽다.) 근데 난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


꼼꼼하게 보고 시간 지나서 또 보면 항상 뭔가 틀려있다. 문제는 그걸 보는 사람도 다 보는 게 아니라 뭐 하나 틀려도 잘 모른다. 그래서 나중에 가서 데이터가 틀려있으면 문제가 되는 그런 식이었다.


여기에 거의 모든 시간이 다 빼앗겼고 정작 성과를 내야 하는 분석은 시도도 못했던 날들도 허다했다.


회사에서 이걸 해결해 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당연히 그 사람에게 물어봤겠지만 회사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 바꿔보겠다고 마음먹었었다. 먼저 작게 작게 시도해 봤다. 기존 구조에서 피벗테이블만 돌리면 그게 오류날 일이 없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문제는 메모리 성능을 너무 많이 필요로 해서 렉이 너무 걸리고 한 파일에 RAW데이터와 피벗테이블 데이터가 한 번에 있으면 용량도 엄청 커진다.(물론 수식 잡아서 만든 파일도 용량은 적지만 렉이 엄청났다) 그래서 결국 그 방법은 안될 것 같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이것저것 찾아보니까 원래는 데이터웨어하우스라는 곳에 원본데이터를 저장을 해서 꺼내서 쓰는 걸 알았다. (이때 입사초기에 회사에서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생각이 났고 왜 하고 있는 건지 깨달았다.) 그냥 1개의 브랜드만 관리하라고 하면 뭐 크게 어려운 건 없지만 문제는 우리는 여러 개의 업체 + 매체를 관리하는 데이터웨어하우스가 있어야 한다.


딱 최소한 MVP만 구현해 보고 그게 이전 방법보다 낫다면 좀 더 개발해봐야지 싶어서 알아보니 "파워쿼리"라는 기능이 있더라 그리고 100만 개 이상의 데이터의 양을 관리할 수 있고 자주 사용하는 액셀로 구현하는 거라 적합해 보였다. 구글 빅쿼리도 있지만 업체와 공유하기에 적합해 보이진 않았다.


그래서 우선은 지금 구조 그대로 RAW데이터를 전처리 하지 않고 쿼리로 연결했다. 매체는 한 10개 좀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고정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항목인 "매체", "업체", "유형"을 틀고정 시켜놓고 RAW데이터는 접두사로"[R]" 이런 식으로 매체명을 넣어서 다 연결시켰고 피벗테이블로 만들어봤다.


근데 또 문제는 너무 느리다. 왜 느릴까? 이런 생각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고치다 보니 결국 왕도하는 길은 없는 것 같았다.


SQL자격증 공부할 때 배웠던 PK, FK부터 짜고 아예 ERD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더라 일단 난이도가 굉장히 어렵고 사실은 개발자가 해야 하는 일인데 나(마케터)가 하는 거라 시간도 오래 걸릴 것 같아 지금 방법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리고 만드는 건 집에서 하고 있다.


그렇게 구조를 바꾸는 건 미뤄두고 마케팅에 전념하기로 했다. 근데 웬걸 이것도 문제가 많다. 그리고 이것 또한 문제가 데이터에서부터 엮여있다. 지금 팀은 작은 업체들만 관리해서 오히려 데이터를 봐야 할 일이 많다. 근데 파일이 너무 파편화되어 있어서 데이터를 보기가 참 힘든 구조다 어쨌든 그건 나중에 해결하기로 마음먹었으니 광고 성과를 내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예전엔 제품은 괜찮은데 시장이 어렵거나 브랜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잡다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제품도 시장도 어렵다. 그 말은 즉슨 광고 성과 내는 게 난이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자유도를 높게 주는 것은 좋지만 제품 콘셉트가 뾰족하지 않으니 답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어려웠다. 그리고 SKU도 많아지니 광고 소재를 만들 때 재고이슈 또한 신경을 써야 했다. 그리고 원래는 기획서만 만들던 디자인의 업무를 내가 직접 만들기도 해야 된다. 한마디로 데이터, 기획/전략, 디자인을 모두 해야 하는 상황이다.


모두 다 하는 건 불만이 없지만 그걸 하기 위한 준비도 잘 안돼있고 일을 마구잡이로 들어오고 일의 병목이 생기고 해결은 빠르게 안 되고 이런 불만이 많았는데 인스타에 이런 글이 눈에 보이더라


“내가 좋고 싫고 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성공시키는 게 중요한 거예요.”

출처 : 핑계고 채널


맞다 회사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곳이 아니다. 일부 회사는 다를 수 있으나 지금 있는 회사는 아니다. 그럼 떠나거나 적응하거나 하면 되지만 아무 성과도 못 내보고 나가는 건 자존심이 상해서 싫다 환경이 인간에게 중요한 요소는 맞고 퍼포먼스를 좌우하는 요인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상황에서 성과를 못 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한 성과를 뭐라도 만들어봐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있는 구조에서 우선 최대한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생각을 요즘하고 있다. 그래야 내가 할 말이 생긴다.


그래도 안되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지금 구조에서 성과를 내는 방법부터 터득하자 지금은 문제를 찾을 때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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