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향에 대한 마지막 회고
중학교를 가야 할 무렵 집을 나왔다.
홍천에서 수원으로 가려고
왜냐면 거기에 엄마집이 있었다.
내가 가야 할 곳은 '화양초등학교 앞'
손에는 명절에 받은 용돈 한 2~3만 원? 현금으로 있었고 홍천 버스터미널까지는 표를 끊어서 가야 했다. 근데 난 아직까지 혼자선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터미널까진 가는 방법이 기억이 나서 용기를 내서 버스표를 끊고 터미널로 갔다.
터미널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나에겐 핸드폰도 없고, 돈도 이걸로 거기에 도착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막차시간이 될 때까지 최대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봤다. (사실은 터미널에 있는 큰 티브이로 1박 2일을 보면서 기다렸다. 13살에 나는 간다 or 안 간다 밖에 안 떠오르더라)
근데 결국 가기로 했다. 핸드폰은 같이 버스에 탄 사람한테 빌려서 엄마한테 전화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돈은 부족할지 모르니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앉아서 기다렸다.
해는 이미 졌고 이전까지 나는 이 시간엔 밖에 있어본 적도 없었다. 아마도 홍천 집에선 나를 찾고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엄마집 가서 연락하려 했다. 한참을 가서 수원에 들어선 거 같아서 내리기 전에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핸드폰 좀 빌려달라고 했다. 옆에 있던 남자분이 깜짝 놀라면서 핸드폰을 선뜻 빌려주셨다.(이때 아이폰을 처음 만져봤다.) 엄마 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 그래서 일단 도착해서 화양초등학교 앞으로 가서 다시 다른 사람 핸드폰 빌려서 전화하려고 했다. 근데 버스터미널에 내렸는데 여기에서 화양초등학교는 어떻게 가는지 몰라서 택시를 탔다. 그리곤 화양초등학교 앞으로 가달라고 했다. 표정이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기사 아저씨가 굉장히 수상하게 나를 쳐다봤다. 그렇게 화양초등학교 앞에 내렸고 기사아저씨한테 마지막으로 핸드폰 한 번만 빌려달라고 했다. 근데 전화를 안 받는다. 그래서 그냥 일단 내리고 공중전화를 찾으려고 했다. 근데 기사아저씨가 받을 때까지 하라고 내려서 기다려주셨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전화하다가 엄마한테 전화가 닿았고 엄마가 앞으로 나왔다. 엄마는 혼자서 어떻게 왔는지 굉장히 걱정을 했었고 그렇게 엄마집에 들어갔다.
그냥 누구나 있는 사춘기 시절? 에 기억인데 한 번씩 생각을 해본다.
왜? 나는 그때 집을 나왔을까?
두려웠다. 계속 이렇게 산다는 게 이대로 살면 어른이 되어서도 농사지으면서 살 것 같았다.(지금은 아니지만 그 시절엔 어린 마음에 농사를 짓는 일이 작은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처음엔 마당에서 뱀이 나오고, 비 오는 날이면 창문에 개구리가 붙어있고, 주방엔 쥐가 돌아다니는 환경이 굉장 시 공포스럽고 스트레스받아서? 아니면 술만 먹으면 심각하게 싸우는 어른들, 능력이 없는 아빠(같이 야반도주를 했던 적도 있다.) 엄마에 대한 욕을 하는 할머니가 미워서?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보단 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뭐가 되고 싶다기 보단 크게 크게 뭔가 영향력이 세상에 닿길 원했다.
근데 그 환경에서 계속 살면 내가 이 세상엔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살다가 죽을 것 같았다.
그렇게해서 형이랑 나를 데려오기엔 아직 경제적으로 준비가 안 됐던 엄마와 쭉 같이 살고 있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결정을 앞두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솔직히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순 없다. 다만 큰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그리고 더 들어가선 단지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최근 인생이 또 삐끗했다. 이직한 회사에서 16일 만에 안 맞아서 나오게 됐다. 처음엔 나의 역량을 계속 의심했다. 내가 능력이 없구나, 지금까지 내가 한 경험은 새발의 피였나?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다행히 주변인들과 생각을 나눠보면서 너무 짧은 시간에 나오게 됐기 때문에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첫 취업 전부터 나는 창업이 하고 싶었다. 혹은 꼭 창업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일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일을 하는 게 되게 재미있었고, 뭔가를 크게 크게 만드는 거에 정말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 가보니 다들 그렇지 않아서 놀랐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회사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의식보단 그냥 대표님이 시켜서 하는 일, 다들 지쳐있고 무엇보다 일의 결과를 떠나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다들 무언가 밑져있는 것 같았고, 단지 월급을 받기 위해서 끌려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참으면서 다녔고 내 일처럼 미친 듯이 한 건 솔직히 아니지만 최대한 일의 구조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어렵사리 환승이직도 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럴 줄은 몰랐다.
이직이야 또 노력하면 된다. 그리고 더 좋은 조건의 제안도 있었었다.
원하는 것을 위해선 얼마든지 노력할 수 있고 아직 젊어서 체력도 있다.
다시금 삶의 대한 진중하고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됐는데
그냥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그만하려고 한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건 창업이 맞는 것 같다.
최종은 창업인데 직장은 경험해보고 싶었고, 누구나 알법한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인생이 삐끗거리는 순간마다 준비를 위한 준비가 길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그 여정에서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상관이 없는데 무엇보다 준비과정 자체가 내가 행복하지 않다.
그리고 내 마음에 솔직한 욕구를 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근데 두렵다. 혼자가 되는 것도, 돈이 넉넉하지 않은 것도, 하지만 이번에도 용기 내 볼려고
엄마집에 가겠다는 생각하나만으로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집을 나왔던 그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