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는 부스스 눈을 떴어요.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송이 혼자 낮잠을 자다 깨어났어요.
“언니야!”
큰 소리로 언니를 불렀어요.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갔어요. 마당에서는 엄마가 고추를 말리고 있었어요. 빨간 고추들이 태양빛을 받아 파삭파삭 말라가고 있었어요.
“엄마, 언니는?”
“아까 지우 집에 놀러 간다던데? 너는 자고 있어서 언니 혼자 갔다.”
송이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신발을 꿰신었어요. 송이를 놔두고 언니 혼자 놀러가서 골이 났어요.
“깨워서 같이 가면 되지. 엄마, 나 지우 집에 갔다 올게.”
송이는 대문 밖으로 나갔어요. 지우 집은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곳에 있었어요.
집 밖을 나선 송이는 덜컥 겁이 났어요. 언니랑 늘 다니던 길인데 낯설었어요. 혼자는 처음이었어요. 담벼락은 더 높아진 거 같고 길은 훨씬 좁아진 것 같았어요. 나무도 훌쩍 큰 것이 맨날 보던 나무가 맞나 싶었어요. 처음 보는 새로운 길이었어요.
다시 집으로 갈까 망설였어요. 걷다보면 기억이 나겠지 하고는 계속 걸었어요. 지우집 앞에는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었어요. 그것만 찾으면 되었어요.
“이 골목이 맞는데……. 아닌가?”
탱자나무 울타리가 보이지 않자 불안해졌어요. 길은 계속 낯설었어요. 언니 손만 붙잡고 따라 다녔는데 혼자서 찾아가려니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어요. 길은 마치 처음 보는 친구처럼 낯설었어요.
돌담을 미로처럼 돌고 돌았더니 익숙한 것이 보였어요. 탱자나무 울타리였어요.
초록색 탱자들이 조롱조롱 달려있고 삐죽한 가시들이 촘촘히 달려 있었어요.
“찾았다!”
지우네 집 대문 앞에 서서 지우를 불렀어요.
“지우야!”
삐그덕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언니와 지우가 고개를 내밀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