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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말 Aug 05. 2023

최상의 호흡법

플라뇌르

최상의 호흡법


  다들 지금 숨 쉬고 있습니까. 당연히 쉬고 있겠지. 그렇다면 코로 쉬고 있습니까 아니면 입으로 쉬고 있습니까. 난데없이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호흡하던 사람 도 잠시간 멈추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방금까지 어떻게 숨쉬고 있었더라. 의식하는 순간 조금 혼란스러워 진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비강 호흡’에 대한 영상을 보고는 나도 잠시간 고민에 빠졌다. 나는 평소에 어떤 식으로 호흡하고 있었을까. 영상 속의 아저씨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반드시 ‘비강 호흡’을 의식적으로 연습하여 체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요지는 이렇다. 코 안쪽에는 주먹 크기의 호흡용 공간이 있는데, 인간은 그 빈 공간을 활용하여 공기의 흐름, 습도, 온도 등을 조절해 알맞은 상태의 산소를 폐로 건네줄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산소를 효율적으로 흡수 전달 할 수 있게 해주는 산화 질소를 생성한다고 한다. 그래서 비강 호흡을 유지하면, 구강 호흡을 하는 사람에 비해서, 머리도 팽 팽 잘 돌아가고 질병균을 막는데도 탁월하다고 한다. 최상의 호흡 방법은 코로 재차 두 번 들이 마시는, 더블 인헤일, 방법이라고 한다. 씁씁 후. 씁씁 후. 자, 지금부터 열심히 연습해 봅시다.


  반대로 습관성 구강 호흡은 여러 가지로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준다. 수면 무호흡증의 위험성이 급증하고 코골이도 심해진다. 그리고 면역 체계에도 악영향을 미쳐 바이러스와 같은 온갖 병원균에도 취약해진다고 한다. 만약 어린 시절부터 오랜 기간 구강 호흡이 지속되면 일명 ‘아데노이드 형 얼굴’로 안면 골격의 형태까지 길쭉하게 변형될 위험도 있다고 한다. 듣기만 해도 아주 무섭다. 그러고 보니, 인간의 목구멍도 양서류처럼 호흡기와 소화기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면 참 편리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이렇게 ’구강 호흡이니 비강 호흡이니' 귀찮게 고민할 거리도 없고, 코로는 자유롭게 호흡하면서 입으로는 식사도 할 수 있었을텐데. 괜히 불편하게 개폐식으로 만들어서 왕왕 사레도 들리고, 음식물로 기도가 막혀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아직도 인간 종에게는 해결해야 할 진화론적 문제들이 많이 남은 모양이다.


  알다시피 만화 ‘짱구는 못말려‘에는 ‘코 흘리개’ 맹구가 나온다. 맹구는 365일 콧물을 흘리다 못해 심지어는 잠을 자는 중에도 그 끈쩍끈적한 콧물을 달고 산다. 맹구는 언제나 콧속이 꽉 막혀 있으니 아마 구강으로 호흡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의도한 것은 아닐테지만, 하필이면 맹구의 얼굴은 무척이나 길쭉한 ’아데노이드 형'얼굴이다. 더군다나 맹구는 사고 능력도 조금 부족하고 말투도 약간 어눌한 편이다. 엄청난 우연의 일치다. 물론 맹구는 사리 분별도 잘하고 다정하고 정의로운 훌륭한 유치원생이지만, 콧물로 인한 비강 호흡 문제를 해결했다면 훨씬 명료하고 똑부러지는 꿈나무로 자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충분히 주인공 자리를 노려봐도 좋을텐데. 그렇지만 과거에 코찔찔이 아이들이 많았던 이유는 바로 ‘영양 결핍’ 때문이라고 하니, 맹구의 주르륵 흐르는 콧물의 이면에는 피치 못할 안타까운 가정사가 있었을 지 도 모르겠다.


  최근에 나도 창문을 열어두고 잤다가 그만 감기에 걸려 코가 단단히 막혀버렸다. 양쪽 콧구멍이 모두 막히면 역시나 비강 호흡 같은 건 여의치 않아서 나도 모르게 구강을 사용하게 된다. 음식을 먹어도 제대로 맛도 안나고, 연신 코를 푸느라 머리도 아프고 코도 얼얼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오고 유산소 운동도 금세 지친다. 코가 막히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얼굴도 점점 길어지는 듯한 괜한 느낌도 들고 말이죠.


  어쨌건 열심히 코로 숨을 쉬고 있는 요즘. 나는 왠지 다른 사람들의 호흡법까지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지하철 계단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과연 저 사람은 지금 코로 숨을 쉬고 있을까 입으로 숨을 쉬고 있을까 곰곰 추측해보게 된다. 신기한 것은 몇 번 연습하다 보면 ’왠지 코로 숨을 쉴 것 같은’ 사람 과 ‘입으로 숨을 쉴 것 같은’ 사람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직접 물어보거나 코에 손가락을 대보지는 못하니까 100퍼센트 확신을 갖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나저나 스킨 스쿠버나 아쿠아리움 잠수부 같은 경우는 근무 중에 매번 구강 호흡만 해야하는 처지인데, 그들에게는 호흡 쪽으로 어떤 직업병 같은 것이 있을까. 스킨 스쿠버가 오랜 잠수 끝에 얼굴이 길어지고 입이 튀어나오게 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무엇이 진실인지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또 생각해보면 매일 같이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필연적으로 온종일 구강 호흡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어갈 때까지 공장 매연처럼 신나게 뻑뻑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지속적인 구강 호흡으로 인한 ‘수면 무호흡증’이나 면역 체계 이상으로 고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뭐, 줄담배를 피우는 주제에 얼굴형 좀 변형되고, 면역력 좀 떨어진다고 크게 신경쓸 것 같지는 않다만. 그래도 궁금하다. 혹시 그런 것이 걱정돼서 코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있을까. 하지만 코로 담배를 피운다면 아무래도 담배 맛을 제대로 느끼지는 못할텐데. 앗, 그러고 보니 혹시 인간이 양서류처럼 호흡관과 소화관이 여지껏 분리되지 않은 이유는 ‘기체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함은 아닐까?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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