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말이 없는 MZ 신입의 속마음
나는 말수가 적다. 늘 가족과 친구에게 둘러싸여 살았음에도 그렇다. 그들과 보내는 시간은 즐겁지만 나는 주로 그들의 말을 듣는다. 그런 나도 사람 구실을 위해 회사에 입사하긴 했는데, 당연히도 입사 후에 진정한 고통이 찾아들었다. 죽어라 근력운동 하고 체력 키운 뒤 뜀틀을 넘는 데 성공했더니 그만 뜀틀 뒤에 숨어있던 바다로 빠져버린 셈이다. 사실 나는 사회생활을 완전히 처음 경험한 초년생이 아닌 3년 차인데도 늘 회사가 어렵다. 어렵지만 깊게 알고 싶지도 않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말이 없었는데, 과묵한 성향 때문에 곤란했던 적도 많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그다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였다. 첫째, 시간낭비. 둘째, 체력낭비. 적극적 교류로부터 오는 상처보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상황을 선호했다. 그러나 무한경쟁사회를 살며 더 이상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앉아있을 순 없고, 말로 글로 성적으로 나를 증명해 사회에 나를 욱여넣어야 했다.
다행히도 상당히 많은 사람이 '회사 가기 싫어' 한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신입사원 혹은 막내직원의 경우 부가적인 스트레스가 뒤따른다. 쟨 왜 말이 없냐의 쟤를 맡고 있는 내가, 그렇다면 이러한 (일부) 신입들이 조용한 이유에 대해 분석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첫째, 서열이 낮다. 나는 5명 중에는 5등이고 10명 중에는 10등이다. 물품 구매에서부터 점심 메뉴 정하기까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기가 눈치 보인다. 지겨운 MZ라이팅을 통해 이래도 저래도 엠지라서 그런 거라며 웃는 상급자들도 사실은 다 일하기 싫으니까 저런 농담밖에는 떠오르지 않는 것인지. 그러나 나는 재미없으면 못 웃는 병이 있어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웃긴 예능 등이 화젯거리인 게 아니고서야 쉽게 웃어지지가 않는다.
둘째, 늘 얕은 자괴감에 빠져있다. 스스로의 허접스러운 업무능력에 대한 자괴감은 꽤나 오랜 시간 신입을 괴롭힌다. 운이 좋으면 살가운 사수가 선생님이 되어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전화 한 통 받기도, 문서 한 줄 쓰기도 눈치가 보인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너무 바쁘고 삶이 힘들어서, 몸이 안 좋아서, 그냥 쟤가 싫어서 등.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는 부모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데(그들은 외향적이고 다정했으며, 이런 내 성향은 그들의 오랜 불만이었지만 이렇게 타고난 걸 낳은 그들도 이해 못 해주면 어쩌나) 회사에서는 남의 엄마아빠랑 하루종일 붙어있어야 한다. 궁금하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싫은 놈들과 눈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사회성이라면 나는 아주 반사회적 성향을 타고난 걸 텐데. 그래도 뇌 비우고 돈 벌러 가야지. 이거 하자고 내가 십수 년 교육받아온 거라면, 연기라도 해야지. 그리고 자기 전에는 지구가 망하는 영화를 보면서 위안 삼아야지.